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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가구 1로봇 시대'2020년 열린다

중앙일보

입력

포브스코리아
국내 로봇 산업은 대기업이 제조 로봇을, 중소·벤처기업이 서비스 로봇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양극화 구조다.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기술도 선진국의 80%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정보기술(IT)의 발달로 로봇 산업이 발전하기 위한 환경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다.


정보화 사회를 넘어 지능 기반 사회로 거듭나면서 로봇 산업도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반복 작업과 생산성 향상 등을 위해 만들어진 노동 대체형 로봇 시대는 서서히 저물고 있다. 이제 스스로 움직이며, 인간과 공존하고 인간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지능형 로봇이 새로운 로봇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다.

지능형 로봇은 IT의 융복합화·지능화 추세를 반영한 네트워크 기반의 서비스 로봇까지 확장되고 있다. 작업 지시나 환경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사람의 명령에 따라 피동적·반복적 작업을 수행하던 전통 로봇과는 판이하다. 주변 환경을 인식(Perception) 하고 스스로 상황을 판단(Cognition)해 자율적으로 동작(Mobil- ity & Manipulation)한다. 앞으로 바이오 기술(BT) 등 첨단 기술의 발전 정도에 따라 지금과 전혀 다른 개념의 로봇도 출현할 수 있다.

지능형 로봇은 개인 서비스·전문 서비스·제조·네트워크 기반 서비스용 등 네 분야로 나눠 볼 수 있다. 개인 서비스용 로봇은 인간의 생활 범주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간 공생형 로봇이다. 전문 서비스용 로봇은 불특정 다수를 위한 서비스와 전문적인 작업을 수행한다. 제조업용 로봇은 산업 현장에서 제품 생산부터 출하까지 모든 공정의 작업을 맡는 로봇이다. 로봇과 네트워크가 융합된 네트워크 기반 로봇은 네트워크로 언제 어디서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형 로봇을 일컫는다.

세계 각국은 이런 지능형 로봇 개발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채택해 집중 지원하며 기술력을 과시하는 수단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예컨대 일본은 아시모와 큐리오, 한국은 휴보와 마루란 이름으로 외모가 인간처럼 생긴 휴머노이드(humanoid) 로봇을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지능형 로봇 개발이 한창이다. 제조 로봇에 이어 서비스 로봇 분야도 주도하고 있는 일본은 지능형 로봇 시장도 이끌고 있다. 세계 1위의 로봇 생산국(점유율 60%)이자 사용국인 일본은 소니와 혼다(本田)·NEC·도시바(東芝) 등 대기업 중심으로 개인용 서비스 로봇을 활발히 개발하고 있다. 세계 2위의 로봇 생산국인 미국도 국방산업의 기술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첨단 로봇 시스템과 인공지능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전체 로봇 사용과 설치 대수로 세계 2위인 독일도 제조 로봇에서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유럽연합(EU)의 로봇 기술 개발을 이끌고 있다.

지능형 로봇 산업은 현재 시장 형성 단계다. 그러나 자동차 산업 이상의 성장 잠재력이 있는 미래 ‘스타산업’으로 시장과 기술 선점 가능성이 크고, 기술 혁신과 새로운 투자가 유망하다. 특히 지능형 로봇 산업은 전후방 산업의 시너지 효과가 크고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고부가 가치 산업이다.

더구나 IT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네트워크 인프라의 지능화·고도화 진전되면서 네트워크와 연계된 서비스 로봇이 지능형 로봇 산업의 새로운 축으로 등장해 시장 창출에 큰 몫을 할 전망이다.

일본 총무성에서는 기존 로봇에 네트워크가 더해진 새로운 로봇시장 규모가 독립형 로봇시장보다 5.7배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총무성에서는 2013년 일본 로봇시장 규모를 19.8조엔으로 전망했다. 현재 로봇 산업의 세계 시장 규모는 약 200억 달러지만 2010년쯤에는 1,500억 달러, 2020년에는 5,000억 달러 이상의 거대 시장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로봇밀도 138로 세계 3위 수준

국내 시장의 규모도 작지 않다. 2004년 현재 국내 로봇 산업은 내수 규모 3,500억원, 세계 시장 점유율은 3%로 세계 6위 수준이다. 반도체 산업과 공작기계 등에 쓰이는 로봇까지 포함하면 국내 로봇시장은 1조4,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2004년 국내 산업용 로봇 설치 대수와 로봇 사용 대수는 각각 4,660대와 4만7,845대로 세계 5위 수준이고, 로봇밀도(근로자 1만 명당 로봇 사용 대수)는 138로 세계 3위 수준이다.

현재까지 국내 로봇 산업은 자동차와 전자제품 조립용 등 제조 로봇 중심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제조 로봇의 성장률은 둔화하고 있으며, 서비스 로봇 분야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이다.

국내 로봇 산업은 양극화 구조다. 제조 로봇은 대기업, 서비스 로봇은 중소·벤처기업 중심이다. 애초 삼성전자·삼성항공·현대중공업·LG산전·두산기계·기아중공업·대우중공업 등이 로봇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외환위기를 전후해 삼성전자·현대중공업·두산메카텍 등 세 개의 대기업과 다사테크·로보스타·로보테크 등 다수의 중소기업 중심으로 재편됐다. 100여 개에 이르는 로봇 관련 중소기업은 대부분 자본금 100억원 미만의 소규모 회사다.

인력 구조는 좀더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지능형 로봇 산업을 이끌 전문인력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 지능형 로봇 관련 전문인력은 기업 800명, 연구소 200명, 학계 1,000명 등 2,000여 명 선으로 추정된다. 2010년 무렵에 2만여 명의 산업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터무니없이 적다. 더구나 로봇 선진국인 일본과 비교하면 기업 부문의 인력이 매우 부족한 형편이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기업의 전문인력이 대학과 다른 IT업종으로 이동한 탓이다. 여기에 중소기업의 박사급 전문가는 전체의 2% 정도로 인력 편중도 심한 실정이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기술 수준도 선진국에 다소 처져 있다. 국내 로봇 산업의 기술 수준은 선진국 대비 80% 수준. 원천 기술은 3~5년의 기술 격차가 있다. 로봇 기술은 운동 메커니즘·인식·지능 제어·부품·시스템 통합 등으로 대별할 수 있으며 37개의 중분류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가 선진국과 어깨를 겨루는 기술은 14개뿐이다. 나머지 23개 기술 분야는 선진국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 특히 인공지능 등 6개 분야는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더구나 부품 국산화율이 20% 이하로 제품의 가격 경쟁력도 떨어진다.

구동기·감속기 등 로봇의 핵심 부품과 기술의 대외 의존도가 높아 수출 경쟁력도 낮다. 지능형 로봇의 경우에도 제품별 기술 개발에 치우쳐 제품별 통합 기술은 있지만 모듈별 전문화가 미흡하고 기업 간 기술 연계도 부족한 형편이다. 센서·시각·음성 인식 등 첨단 기반 기술의 기초 연구와 모듈화가 미미하다.

전문인력 부족하고 기술도 선진국의 80%

그나마 강점이 있는 제조 로봇 분야는 조금 낫다. 자동차와 전자 등 주력 산업 중심이어서 현대·삼성 등 대기업이 앞장서 기술을 개발해 온 덕에 다양한 제조 로봇 시스템 제작·응용 경험을 확보하고 있다. 또 세계적인 수준의 생산기술이 있다. 다만 대기업들도 제조 로봇에만 치중하고, 내수 시장이 작다는 이유로 크게 힘을 쏟지 않아 국내 시장 점유율이 낮은 편이다. 예컨대 국내 6축 수직다관절형 제조 로봇시장은 국산품이 34.9%, 수입품이 65.1% 비율이다. 특히 수입품의 77.8%가 가와사키(川崎)·나치 등 일본 4대 메이커 제품이다.

서비스 로봇 분야는 제조 로봇 쪽보다 좀더 취약하다. 중소·벤처기업의 개별 기술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로봇 전문 중소·벤처기업의 연구개발은 활발하지만 기술의 깊이와 응용 분야가 제한적이다. 일본에서는 소니와 혼다 등 대기업이 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전망은 밝지만 당장 돈이 되지 않는 서비스 로봇시장에 대기업이 적극 뛰어들고 있지 않다.

대기업은 제품 개발을 끝내고도 시장 출시를 꺼리는 실정이다. 이와 달리 중소·벤처기업은 제품을 활발히 내놓고 있다. 다만 이들의 사업 규모와 제조 기반이 취약해 경쟁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나마 중소·벤처기업 창업이 활발해 로봇 개발 저변이 확대되고 반도체·자동차·통신·가전 등 다양한 로봇 관련 잠재 시장이 있다는 점이 위안거리다.

IT 발달로 로봇 실험장 여건 최적

또 한 가지 불행 중 다행스런 점은 한국이 로봇 발전 환경은 좋다는 사실이다. 지능형 로봇은 네트워크 기반이 필수인데,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광대역 통신망과 이동통신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또 주거 환경의 50% 이상이 아파트인 정형화된 구조다. 이런 덕에 다른 나라보다 로봇 도입이 용이하며, 로봇 실험장(테스트 베드) 국가로서 가능성도 크다.

새로운 문화를 쉽게 수용하고 이에 잘 적응하는 국민성, 그리고 새로운 가치에 대한 빠른 피드백과 어린 시절부터 로봇 이미지에 친숙한 점 등도 로봇 산업 발전에 긍정적이다. 2005년 6월에 산업자원부가 실시한 지능형 로봇 문화 역량 조사에서 조사 대상의 91%가 로봇에 긍정적인 이미지가 있었다. 또 78%가 개인용 로봇을 구매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봇 산업을 밝게 보는 측은 2020년경에 국내에 1가구 1로봇 시대가 열릴 전망이며, 시장 규모도 1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지능형 로봇을 미래 수종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2003년 7월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선정했다. 정보통신부에서는 2004년 1월 URC(Ubiquitous Robotic Companion) 기술개발 사업을 개시했다. 산업자원부에서는 로봇 컨버전스와 로보토피아(Robotopia) 실현 등을 위해 2013년에 세계 3대 지능형 로봇 기술 강국이 되겠다는 비전으로 2004년 4월 지능형로봇사업단을 발족했다. 지능형 로봇 사업은 세계 시장 점유율 15%, 총생산 30조원, 수출 200억 달러, 고용효과 10만 명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능형로봇사업단은 국내 지능형 로봇 산업의 현황과 역량을 진단해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기능 구현의 한계 극복 ▶연구·개발(R&D)부터 마케팅에 이르는 전 주기적인 지원 ▶산업 혁신을 주도할 네트워크 구축 ▶산업화 장애요인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 마련 ▶초기 시장 진입의 위험 수용 역할이 필요하다는 시사점을 도출했다. 이에 따라 킬러 애플리케이션 창출을 위한 기술개발 역량 강화, 산업의 선순환 고리 형성을 위한 인프라 조성, 시너지 효과 제고를 위한 혁신 클러스터 구축 등의 중점 과제를 정해 추진하고 있다.

이호길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로봇기술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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