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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 흔든 '세리의 굿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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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26.CJ)의 새로운 도전은 일단 성공이었다. 국내 선수로는 처음으로 남자 골프대회에 출전한 박세리는 시종 침착함을 잃지 않고 자신의 경기를 펼쳤다. 남자 선수들에 비해 드라이브샷 거리는 짧았지만 이를 정교한 아이언샷과 쇼트게임으로 커버했다.

박세리는 23일 경기도 용인 레이크사이드 골프장 서코스(파72.6천4백48m)에서 개막한 2003 동양화재컵 SBS프로골프 최강전 1라운드에서 이븐파 72타(버디 3, 보기 3개)를 쳤다. 참가선수 1백26명 중 15명이 일몰로 경기를 마치지 못한 가운데 공동 13위에 올랐다. 4언더파로 단독 선두에 나선 정준(31.캘러웨이)과는 불과 4타차. 컷 통과 선인 60위권의 1라운드 성적이 4오버파여서 24일 2라운드에서 큰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컷을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번홀(파4.3백78m)=장타자 양용은은 3번 우드를 잡은 반면 박세리는 드라이버로 티샷했다. 그래도 두 선수의 티샷 거리는 엇비슷했다. 약 1백35m를 남긴 거리에서 박세리는 핀 왼쪽 7m 거리에 두번째 샷을 떨어뜨렸다. 그리곤 정교한 퍼트로 첫 버디를 잡아냈다.

◇4번홀(파4.3백96m)=박세리에겐 가장 까다로운 홀. 미들 홀 치고는 거리가 길었고 오르막 5부 경사도 부담스러웠다. 박세리는 거리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두번째 샷을 그린 왼쪽 벙커에 빠뜨렸고, 결국 보기로 홀아웃했다.

◇6번홀(파3.1백56m)=박세리는 코스 구석구석을 꿰뚫고 있는 듯했다. 맞바람이 불자 5번 아이언을 잡고 그린 왼쪽 마운드에 공을 떨어뜨렸다. 페이드가 걸린 공은 우측으로 굴러 핀 90㎝ 거리에 붙었다. 두번째 버디.

◇13번홀(파4.3백72m)='박세리를 위한 맞춤 코스'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바로 이 같은 홀 때문이었다. 페어웨이 중간에 워터 해저드가 자리잡고 있어 남자 선수들은 스푼을 잡아야 했다. 그러나 박세리는 워터 해저드를 걱정할 필요없이 드라이버로 티샷을 했다. 거뜬히 투온. 때마침 불어온 뒷바람도 박세리를 도왔다. 3m 거리의 버디퍼트를 컵에 떨어뜨려 상위권으로 뛰어올랐다.

◇15번홀(파5.5백37m)=남녀의 파워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박세리는 드라이브샷을 3백10야드나 날려보냈지만 세번째 샷 만에 힘겹게 온그린한 뒤 3퍼트로 보기를 범했다. 반면 드라이브샷을 3백40야드 날려보낸 신용진은 간단히 버디를 추가했다.

용인=정제원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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