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지식ㆍ인력양성 시급(궤도오른 한ㆍ소 경협: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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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관료주의 벽」 뚫을 인맥형성 절실
한국과 소련의 경제교류는 88올림픽을 계기로 질ㆍ양면에서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올림픽이전까지 소련은 우리기업인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경제적인 측면보다는 자칫 잘못하면 반공법등 골치아픈 문제에 휩싸일 수 있는 적성국이라는 경제외적인 측면이 강조된 나라였다.
물론 이 기간중에도 진도처럼 자사제품의 원료가 절대적으로 소련의 국내사정에 의해 좌우되는 기업들은 대소진출에 막대한 노력을 쏟아부어 어느새 다른 어느 기업과 비교해도 뒤지지않는 노하우를 갖게됐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의욕도 관심도 없는 상태였다.
따라서 올림픽을 계기로 모스크바에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의 무역관이 설치되고 대소거래가 간접교역의 틀을 벗어나게 되자 많은 기업들이 의욕을 내보였지만 전문적인 지식과 인력을 양성해놓지 않아 지금까지도 상당한 시련을 겪고 있다.
물론 이 기간중 한소간의 교역규모는 급격한 신장세를 보여 대소무역통계가 처음으로 집계되던 86년의 1억3천3백만달러에 비교하면 3년만에 6억달러수준에 도달했고 금년에는 12억달러,92∼93년에는 50억달러규모에 이를 예정이나 중국(88년말 현재 30억달러)과 비교하면 양국 모두에 만족스러운 것만은 아니다.
그동안에 발표됐던 수많은 사업계획들도 후속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사업은 극소수에 불과한채 대부분은 검토단계에서 과대홍보된채 사장된 상태다.
즉 대소련수출이 치약ㆍ비누ㆍ신발 등을 중심으로 섬유ㆍ전자제품 등 소비재제품이 대폭적으로 신장했고 소련으로부터 현대 등이 5억1천만달러상당의 조선수주계약을 하는 등 양적인 측면에서는 성장을 거듭했으나 질적인 측면에서는 직접적인 투자나 한국만의 업종개발등이 이루어지지 못한채 제3국을 끼고 거래했던 중개무역이 직교역으로 바뀐 것 이외에는 특별한 변화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없다.
이와같은 결과는 국내기업들의 정보부족,전문인력부족,법적ㆍ제도적장치의 미비등에도 원인이 있지만 소련측의 모호하고도 추상적인 합작사업제시,복잡하고 비능률적인 관료행정조직에도 원인이 있다.
이와 같은 양국 경협의 행태와 수준을 발전시킬 구체적인 논의가 오간 것은 지난 3월23일 롯데호텔에서 개막된 제2차 한소경제인합동회의였다고 할 수 있다.
이 회의에서 소련측은 한소양국간 교역을 증대시키기 위해 ▲양국의 여러기업이 합작,하나의 공동사업단을 구성해 구상무역의 폭을 넓히고 ▲한국기업의 대극동ㆍ시베리아지역 진출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할 양국 주요은행의 지사를 시베리아지역에 설치하며 ▲기술분쟁을 사전에 회피하기 위해 특허관련 기술정보의 상호교환 및 특허출원 ▲소련의 항공ㆍ우주산업 등에 적용되는 첨단기술과 특수강제조기술의 한국이전 ▲소련내 군수용 생산시설의 민수화에 대한 한국기업의 참여 등을 제시했다.
또한 국내기업들도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소련측에 구체적인 요구를 내놓았다.
또한 정부에도 관련사업의 인가를 재촉하고 나섰다.
현재 우리기업들이 정부에 신청해놓은 사업은 ▲현대건설의 나홋카지역 무역센터건설 및 운영사업(1천만달러) ▲현대종합상사의 스베틀라야지역 삼림개발(1천만달러) ▲삼환기업의 티모르스크지역 원목가공공장등이며,개별기업차원의 검토단계를 끝낸 사업은 ▲삼성물산의 스포츠호텔 개보수공사,연간 50만대 생산규모의 VTR생산공장건설 ▲럭키금성그룹의 레닌그라드 석유화학단지건설 ▲현대종합상사의 퍼스널컴퓨터 및 비누공장 합작건설 등이다.
국내기업인들은 이러한 사업들 이외에도 대규모사업이 많으나 투자보장협정등이 체결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대규모투자를 진행하기가 어려워 아직까지는 의향서차원에서 머무르는 사업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기업들은 이 시점에서 안심하고 대규모 투자진출을 진행시키려면 정부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업들은 투자보장협정 및 이중과세방지협정의 체결은 물론이고 상호간 경제체제 및 경제정책운용방식에 대한 이해를 확대하고 관료주의적 특성을 가진 소련과의 협력을 강화하기위해서는 경제관료의 상호교류를 추진해 친한인맥을 형성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또한 국내적으로는 경제협력기금 및 수출입은행의 해외투자금융지원을 확대하고 플랜트등을 수출할때 연불수출을 허용하고 장기베이스의 각종 구상무역시 전문금융서비스를 확대하는등 각종 지원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김석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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