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超저금리 시대 막내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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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미국 1%, 영국 3.5%, 유럽연합(EU) 2%…. 세계 주요국의 금리가 40~50년 만의 최저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지난 3년간 선진국가들은 금리를 한번도 올리지 않았다.

그러나 초저금리 시대가 곧 막을 내릴 조짐이 강해지고 있다. 미국.영국 등 세계 주요국에서 세계 경제가 회복기에 접어들고 있는 만큼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힘을 얻기 시작하고 있다.

존 스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수개월 안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밝힌 데 이어 22일에도 시카고상품거래소를 방문한 후 기자들에게 금리를 인상한다 해도 미 경제 회복세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다시 한번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미국의 금리문제는 전적으로 FRB 소관이지만 스노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적어도 FRB와의 교감 아래 나왔거나 부시 행정부의 정책을 우회적으로 FRB에 전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영국에서도 22일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의 최근 통화정책위원회(MPC)가 금리 인상안을 두고 격론을 벌인 끝에 한표 차이인 5대4로 인상안을 부결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이 때문에 영국 파운드화는 이날 미국 달러화 대비 5년 만에 최고치로 상승했으며, FTSE지수는 86포인트까지 추락했다가 20포인트 회복한 4,285.6에 마감했다. 유로화와 스위스프랑도 상승세를 기록하는 등 유럽 각지의 외환.증권시장이 크게 출렁거렸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MPC 회의 결과가 영국이 조만간 금리를 올릴 것임을 보여주는 확실한 신호라고 보도했으며 영국 BBC방송은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중앙은행이 크리스마스 전에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선물시장에서는 이미 내년 1월물 금리가 0.25% 올랐다.

당시 MPC에서 금리를 섣불리 올릴 경우 경제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의견 때문에 금리 인상안이 부결되긴 했으나 앤드루 라지 부총재 등 금리인상을 요구한 위원들은 저금리 때문에 소비자 부채가 기록적으로 늘어나 갑자기 무너질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잉글랜드은행의 금리 인상 움직임은 국내 주택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이지만 이로 인해 세계적인 금리 인하 행렬이 마침표를 찍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연방기금 금리 연 1%는 1958년 이후 45년 만에 최저 수준이며 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도 연 3.5%로 48년 만에 가장 낮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2%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저 수준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의 박종규 연구위원은 "내년 세계 경제는 대부분 올해보다 성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리가 따라 올라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우리나라도 이 같은 세계적 추세를 거스를 수 없을 것이며 조만간 장기 금리부터 금리가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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