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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계획」 준비 비상/노­고르비회담 어떻게 돼가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현지 소 영사관은 곤란”… 막바지 절충/장소는 스탠퍼드대가 유력
오는 4일의 샌프란시스코 한소 정상회담을 준비중인 청와대외교팀은 이번 방미계획을 「태백산계획」으로 명명하고 외교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출발 2일전인 1일 현재 회담을 한다는 사실만 확정됐을 뿐 구체적인 회담의제ㆍ회담장소ㆍ회담시간이 정해지지 않아 시시각각 워싱턴과 긴급연락을 취하며 쩔쩔매고 있다.
회담의제에 대해 우리측은 ▲동북아 정세 ▲한소 수교문제 ▲경제ㆍ문화등 교류확대 문제등 크게 세가지로 분류하고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고 있으나 아직 소련측과 합의된 것은 하나도 없는 상태.
청와대 한 관계자는 『저쪽에서 프리토킹(자유토론)하자고 나오고 있어 어떤 의제로 대화가 진행될 지 알수 없다』며 『저쪽의 입장은 어떤 문제도 이야기할 수 있고 무슨 문제라도 이야기하자는 느낌』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따라 실무자들은 30여개의 소의제를 분류해 예상답안지를 작성했으며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는 대로 추가하고 있다.
원래 정상회담은 양국의 외교실무자들이 충분히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내용까지 합의한 후 정상회담에서는 확인하는 정도로 절차를 밟는 것이 정상인데 한­소 양국은 미수교 국가인데다 고르바초프 소대통령의 외교스타일이 「카우보이」식이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
회담장소도 크게 신경쓰는 눈치. 경호문제도 문제지만 소련측이 그들의 주샌프란시스코 영사관으로 제의해 올까 봐 내심 걱정했으나 스탠퍼드대학 또는 이번 회담에 밀사역할을 한 슐츠 전미국무장관사무실이 될 것이라는 얘기.
소련의 샌프란시스코영사관은 소련정보기관인 KGB의 미서부 총본부여서 노태우대통령이 상대편의 소굴에 걸어 들어가 국가의 중대사를 논의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겠는냐는 점에서 소련측의 제의를 거절했다.
따라서 우리측은 슐츠에게 적당한 장소를 중재해 주도록 요청했으며 소련측도 이를 수락.
우리측은 경호문제만 해결된다면 아무데나 좋다는 입장이었다.
회담시간은 4일 오후 4시부터 6시사이(현지시간)가 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왜냐하면 고르바초프 소대통령의 발표된 스케줄에서 비어있는 부분이 4일에는 4∼6시 사이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30분이 걸릴지,2시간이 걸릴지 예상할 수 없어 일단 1시간내지 1시간30분 정도로 추정하고 대화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당초 고르바초프대통령이 5일 귀국도중 캄차카반도에 기착,중대연설을 할 계획이 취소된 사실을 중요시하고 있다.
만약 고르바초프대통령의 귀국일자가 하루 늦춰지면 정상회담계획도 변경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상회담에서의 대화방법은 이중통역,즉 영어를 중개어로 일단 자국말을 영어로 통역한 후 상대국어로 통역하는 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후 공동성명을 낼 것인지 여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아 일단 공동성명을 내지 않는 최근의 국제관례에 따르기로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정상회담시 양측 배석자를 누구로 할것 이냐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
이처럼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절차사항이 정해지지 않은 것은 소련등 사회주의국가의 외교스타일때문이라는 청와대외교관계자의 귀띔이다.
마지막에 가서야 모든 것을 결정하고 통보하는 그들의 외교스타일 때문에 이번 한소 정상회담도 서울출발 직전이나 샌프란시스코 도착직후에 정확한 내용을 알수 있게 되리란 추측이다.<이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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