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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에 '핵 도미노' 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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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의 핵실험은 일본과 대만.한국의 독자적인 핵무기 프로그램 개발로 이어져 지역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는 북한의 핵실험 계획이 발표되기 전인 지난달 28일 정보위 홈페이지(http://intelligence.house.gov)를 통해 공개한 '전략적 위협으로서의 북한'이라는 36쪽짜리 보고서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동북아 지역에 '핵 도미노' 현상이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그 목적은 올 7월의 미사일 발사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에 금융제재를 철회하도록 압박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북한은 핵무기를 (김정일) 정권의 생존, (핵 보유국이라는) 국제적 지위 확보, (적대국에 대한) 위협 수단, 군사공격 무기 등 다목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군사제재가 가능한 유엔헌장 7장을 발동하는 결의안을 채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사일 발사 때엔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7장이 빠졌지만, 핵실험을 할 경우 두 나라가 용인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것인 만큼 그들도 7장에 근거한 제재를 수용할 것"이라는 얘기다. 보고서는 7장이 원용될 경우 "다자적 대북 군사 및 경제조치의 문이 열리게 되며, 경제제재의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예상했다.

다음은 보고서 요지.

◆ 재래식 군사위협=북한의 재래식 군사위협은 자체적인 경제난과 더딘 기술개발 때문에 감소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재래식 군사능력이 향상돼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으로 남침에 성공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은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과 결합해 기능할 수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시나리오는 북한의 남침이 아니라 평양 지도부의 오판으로 작은 충돌이 초대형 충돌로 비화될 가능성이다.

◆ 핵무기 프로그램 위협=북한은 핵무기 1~2개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사용 후 연료봉 8000개를 재처리했을 경우 핵무기 5개를 추가할 수 있다. 또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할 경우 매년 약 1개씩 핵탄두를 추가할 수 있다. 2012~2014년 가동될 영변 2호기와 태천 원자로의 연료봉을 재처리하면 매년 핵탄두 40~65개를 만들 수 있다. 북한은 이란보다 앞서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따라서 북한은 우라늄 농축에 필수적인 원심분리기를 이란(3000개)보다 많이 확보했을 가능성이 있다.

◆ 화학.생물무기 프로그램=평양은 혈액작용제와 질식제뿐 아니라 다량의 신경 및 수포제를 생산한 것으로 보인다. 화학무기고에는 겨자가스, 포스겐(제1차 세계대전 때 사용), 사린 같은 독가스 무기가 있을 수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을 비롯한 정보기관들은 북한이 생물무기를 보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북한은 또 탄저, 보툴리누스, 페스트, 천연두 같은 생물무기를 개발하려고 하고 있다.

◆ 북한의 첩보활동=뉴욕의 북한 유엔대표부와 유엔사무처에서 일하는 북한인들 중에는 미국에서 간첩활동을 하는 정보기관원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북한 외교관들은 군사용으로 전용할 수 있는 이중 용도 제품과 원자재, 첨단 부품 구입를 시도해 (대량살상무기) 확산 활동을 측면에서 지원한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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