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대그룹 부동산 매각계획 일단 매듭(해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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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0대 그룹」의식한듯 예상 넘어/눈치작전 치열… 마감 늦춰/제일많은 「통일」은 대부분 3자명의 신고분
10대 그룹에 이어 은행의 여신관리를 받는 나머지 38대기업도 28일 오후 부동산매각계획을 밝힘으로써 48대 계열기업군의 매각대상 부동산 선정작업은 1차 매듭이 지어졌다.
이들 48대 기업이 팔기로 내놓은 부동산은 모두 3천1백36만7천3백34평으로 총보유부동산 1억8천7백63만6천4백95평의 16.7%에 해당되는 수준. 10대 기업은 보유부동산의 17.1%를,나머지 38대기업은 16.4%를 각각 내놓았다.
38대 기업은 당초 보유부동산의 7∼10%가량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됐었으나 ▲세차례에 걸친 기조실장회의에서 「10대기업 수준에 맞추도록 노력하자」고 논의가 된데다 ▲통일그룹ㆍ대성산업 등이 4백만∼2백만여평씩의 조림지등을 매각키로 결정,예상보다 크게 늘어났다.
이들 기업은 특히 「쓸모없는 땅을 내놓아 규모만 부풀렸다」는 비난을 의식해 의무매각분과 매각노력분을 분류,눈길을 끌었다. 매각노력분은 ▲통일그룹 4백50만평 ▲대성산업 2백1만평 ▲동양화학 1백47만평 ▲우성건설 57만평 ▲미원 56만평 ▲한라그룹 40만평 등 6개 그룹 9백51만평으로 모두 조림지ㆍ광산용지 또는 도로ㆍ하천ㆍ공원용지 등이다.
지난 19일 국세청에 제3자명의 부동산을 신고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은 4백61만여명을 신고,눈길을 모았던 통일그룹은 이번에도 38대기업중 가장 많은 땅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는데 매각대상부동산의 거의 전부가 국세청에 신고했던 제3자명의 부동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2백22만평을 내놓은 대성산업은 3천여평을 제외하고는 모두 조림지ㆍ광산용지였고,1백47만4천평을 팔기로한 동양화학도 4천평을 제외한 나머지는 조림지등 임야였다.
이들 기업은 「매각 부동산이 실속이 없다」는 비판에 대해 「눈을 씻고 찾아봐도 더이상 내놓을 땅이 없었다」는 나름대로의 고충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 83년 자구노력으로 증권사옥ㆍ골프장 등 4백만평을 이미 처분했었던 효성그룹은 이번에 여천ㆍ이천의 공장용지를 내놓았고,대림ㆍ삼익ㆍ우성 등 건설업체들은 「장사밑천」이랄 수 있는 아파트건설용지 등을 내놓기도 했다.
각 기업은 이와 관련,「더 내놓으라」는 그룹기조실 참모들과 「더는 안된다」는 계열사임원들 사이의 승강이가 막판까지 벌어지기도 했으며 28일 오전까지 매각계획서를 전경련에 접수키로 해놓고도 한시간이상 접수가 늦어지는등 치열한 눈치작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매각대상부동산 가운데 ▲벽산의 서울ㆍ안양상가 ▲한일의 창월시내상가 ▲코오롱의 서울ㆍ전주상가 ▲동부그룹의 부산ㆍ구리시 지점용지 ▲한보주택의 서울 반포땅 ▲범양상선의 인천사무실 ▲진로건설의 서울 등촌동 구사옥등은 이른바 「노른자위」로 꼽히고 있다.
한편 10대 그룹을 제외한 39대 여신관리기업 가운데 은행관리대상인 영동개발은 결의문 발표단계부터 제외됐고 나머지 38대 기업중 풍산그룹은 팔 부동산이 없다고 밝혔으며 진흥기업은 산업합리화지정업체,대한조선공사는 법정관리업체이기 때문에 각각 제외돼 실제 부동산을 내놓은 기업은 35곳으로 집계됐다.
대기업들의 부동산매각규모가 정해짐에 따라 남은 최대의 과제는 매각약속의 성실한 이행여부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물론 기업들의 몫이지만 정부도 이번과 같은 초법적인 조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법적ㆍ제도적 잣대를 명확히함과 동시에 최근의 부동산값 안정조짐이 근본적인 투기근절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항구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민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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