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부자 1%가 민간토지 57% 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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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우리나라 인구의 약 1%에 해당하는 50만 명이 전국 민간 소유 토지의 57%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세 미만 미성년자가 가진 땅도 여의도 면적(8.4㎢)의 15.8배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행정자치부가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토지.임야대장에 나타난 등록사항과 주민등록 전산자료를 기초로 분석한 2005년 토지소유현황 통계에 나타난 수치다. 행자부는 이 자료를 2일 정부부동산정보 알리미(rimc.mogaha.go.kr)에 공개했다. 또 앞으로 매년 토지 소유현황 관련 통계를 작성, 공표할 예정이다.

◆ 1334만 명이 평균 1105평씩 소유=땅을 한 평이라도 가진 사람은 1334만 명으로 집계됐다. 주민등록 인구 4878만 명의 72.7%(3544만 명)는 한 평도 갖지 못한 것이다. 전체 국토면적 9만9646㎢ 중 민간(주민등록상 확인 가능한)이 보유한 토지는 4만8749㎢였다. 땅 소유자들은 평균 1105평(평균가액 9500만원)씩 소유한 셈이다.

그러나 소유 편중 현상은 심각하다. 땅을 많이 가진 순으로 상위 999명이 가진 땅은 전체 민간 토지의 3.1%에 해당하는 1501㎢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개별공시지가로 환산하면 21조원에 이른다. 특히 땅 부자 순위 10명이 가진 토지(71㎢) 가격은 1조2000억여원이었다. 상위 999명(0.008%)의 경우 1인당 평균 45만 평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개별공시지가로 환산한 평균가격은 207억원으로 추산됐다.

◆ 50대가 땅 많이 보유=50대가 가장 많은 땅(1만2926㎢, 26.5%)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이 보유한 토지를 돈으로 환산하면 354조원에 달했다. 이어 60대가 25%, 40대가 20%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비싼 토지를 가진 연령대는 3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30대가 보유한 토지는 전체의 10.8%에 불과했지만 면적당 가액은 ㎢당 39.8조원으로 가장 높았다.

미성년자가 보유한 땅도 13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땅값만 2조5645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특히 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6세 미만의 아동이 7.6㎢에 이르는 땅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부족한 토지, 비효율적 사용=농경지와 임야의 면적이 꾸준히 줄고 있다. 농경지의 면적은 2004년 2만1296㎢보다 1.8% 줄어든 2만1216㎢, 임야도 2004년보다 0.5% 준 6만4805㎢를 기록했다. 하지만 여전히 집 짓고 물건 만들 땅은 부족하다. 전국의 땅 중 대지의 면적은 2.5%인 2533㎢, 공장용지의 면적은 0.7%인 663㎢에 불과했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손재영 교수는 "가뜩이나 국토가 좁은데 땅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다 보니 쓸 만한 땅의 가격이 올라가지 않을 수 없다"며 "전체적인 토지 공급 확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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