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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밥=도시락, 화장실=위생실, 보신탕=단고기국…남북한 말 1만개 '모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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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남과 북의 서로 다른 말 1만 개를 비교해 놓은 '남북 통일말사전'(두산동아, 664쪽, 2만원)이 출간됐다. 한글날 560돌에 맞춰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이 펴냈고, 심재기 서울대 명예교수가 대표 집필을 맡았다.

'사전'은 먼저 북한 사람들이 잘 모르는 남한 말 5000개를 골라 북한 말과 비교해 풀이했다. 이어 같은 방식으로 남한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북한 말 5000개를 남한 말과 비교했다.

주로 실은 것은 뜻이 같으면서도 글자가 다른 남북한의 동의어들이다. 예컨대 남쪽에서 '도시락''화장실''보신탕''주스''부츠'라고 하는 말을 북쪽에서 각각 '곽밥''위생실''단고기국''과일단물''왈렌끼'라고 하는 것을 대비해 풀이하는 방식이다.

재단의 이청수 고문은 "정치 체제.이념과 관련된 용어는 배제하고 중립적인 생활.학술 분야의 동의어 위주로 편찬했다"며 "앞으로 영역을 더 넓히고 많은 어휘를 보완해 개정판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북한 측에 무상 제공하는 방안도 마련 중"이라고 덧붙였다.

사전 제작은 2003년부터 본격 추진했다. 심 교수가 해오던 남북한 사전 편찬 작업을 재단이 전격 지원하면서부터다. 심 교수를 비롯한 남한의 국어학자들과 해외의 북한 말 전문가 등 10명이 참여했다.

심 교수는 "남북의 말이 완전히 하나로 통일되는 사전이 나오려면 분단사 이상의 기간이 더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에 먼저 남북이 서로 다른 말을 비교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해 집필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종환 재단이사장은 "과거에도 부분적으로 이런 일이 시도된 적은 있으나 이번처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처음"이라며 "엄격히 말하면 통일 전 단계의 '남북말비교사전'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나, 우리말의 통일 염원을 담아 외람되나마 '남북통일말사전'이라고 이름붙였다"고 밝혔다.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은 삼영화학그룹 이종환 회장의 사재 출연에 따라 2000년 6월 23일 설립된 장학재단이다.

배영대 기자

*** 바로잡습니다

3일자 16면 '남북한 말 1만 개 모둠 '남북통일말사전' 나와' 기사에서 사전을 편찬한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의 고문 이름은 '이청무'가 아니라 '이청수'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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