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수년탈선-비뚤어진 상혼 "경종"|카페 여종업원 살해유기 사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서울신사동 청소원 간이막사에서 전신을 23군데나 찔러 숨진 채 발견된 카페 여종업원 김영미(17·가명) 살해유기사건은 발생 1주일만에 범인이 검거됨으로써 막을 내렸다.
이번 사건은 금양이 10대인 데다 애인관계였던 범인이 단순히 변심했다는 이유로 김양을 무참히 살해한 것으로 밝혀져 인명 경시풍조와 함께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10대의 치정과 탈선, 또 이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유흥업소의 비뚤어진 상혼 등을 단적으로 드러내 충격을 주고 있다.
◇살해·유기〓=김양은 애인인 오세원군(2O·대입재수생)과 오군의 후배 김모군(17·무직)에 의해 7일 새벽 자신의 자취방에서 살해됐다.
오군은 경찰에서『1년전 카페에서 만나 김양을 사귀어 왔으나 최근 다른 애인이 있다며 만나지 말자고 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오군은 김양이 숨진 뒤 달아났다가 2O시간이 지난 후 흔적을 없애기 위해 다시 살해현장으로가 사체의 피를 닦고 비닐백에 넣어 택시를 이용해 신사동 청소원 막사에 갖다버렸다.
오군 등은 김양이 목의 동맥을 완전히 끊겨 숨진 뒤에도 확인 살해하기 위해 전신을 난자한 잔인성을 보였다.
◇피해자주변〓민속주점을 경영하는 김양의 집안은 경제적으로 크게 어렵지 않고 김양을 제외한 1남1녀는 별다른 문제없이 지내는 평범한 가정.
그러나 김양은 중2때 이성에 눈을 떠 육체관계를 맺는 등 비뚤어진 이성교제를 시작해 가출하는 등 탈선의 길로 들어선 것으로 밝혀졌다.
김양은 J여중 3년 때인 88년 가출, 경기도 문산 미군기지주변 유흥가에서 일하다 귀가한 후「밤의 꽃」으로 전락했다.
친구 김 모양은 『영미가 학교에 관심이 없는 데다 너무 일찍 이성관계를 맺어 정신적인 충격으로 가출을 했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이후 김양은 강남과 이태원의 유흥업소를 돌아다니며 가출을 거듭했다.
김양은 또래보다 정신적·육체적으로 상당히 조숙했던 편. 경찰도 김양의 사체를 발견했을 당시 파마머리에 짙은 매니큐어까지 칠한 점으로 미루어 25∼28세로 추정했고 검시의사조차 김양의 신체적 특징을 이유로 들며 25세 전후로 추정했을 정도였다.
김양이 유흥업소를 돌아다니며 남자친구 사귀기를 거듭, 경찰에서 파악한 애인만도 3명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유흥업소〓김양이 사체로 발견되자 경찰은 지문조회를 의뢰했지만 신원확인이 불가능했다. 경찰은 김양을 고아나 떠돌이출신으로 단정했지만 실제 김양은 17세로 주민등록증을 가질 나이에도 못 미치는 미성년자여서 지문조회에 의한 신원확인은 처음부터 불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김양은 주민등록증이 없어도 『잃어버렸다』는 말 한마디로 간단히 유흥업소에 취직했고 손님들의 술시중을 들어왔다.
함께 카페에서 일한 친구 김양은 『손님들이 오히려 나이 어린 여종업원을 많이 찾았다』 며 『이 때문에 업주들은 미성년자임을 알면서도 10대들을 적극 고용해 손님과의 외박을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숨진 김양이 카페종업원 생활을 시작해 3명의 애인을 사귀며 무분별한 생활을 시작했던 것도 10대 여종업원이 많기로 소문난 서울돈암동 성신여대 앞이었다.
〈이철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