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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좋다] 김 기사~ 우리 추석에 뭐 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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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개그 콘서트'의 '봉숭아 학당' 에서 '터질라'로 출연하고 있는 정경미(26), MBC '개그야'의 '사모님'으로 스타가 된 김미려(24), SBS '웃찾사' 의 '퀸카 만들기 대작전' 에서 루완다로 분한 정주리(21)가 그녀들.

20대 초·중반의 젊은 나이지만 '개그우먼 전성시대'라는 말을 만들어낼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셋은 올해 집중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는 공통점 때문인지 서로 다른 방송사에 출연한다는 장벽 뛰어넘고 금세 친해졌다.

"언니는 빈대떡 잘 부쳐?" "먹긴 잘해." "밥은 잘 먹고 다녀?" "당연하지."명절 분위기를 내며 녹두 빈대떡을 부치던 촬영장은 화기애애해졌다. "실물을 보고는 생각보다 예쁘다는 소리 들을 때가 제일 속상하다" 는 이 아가씨들. 이들이 간직한 추석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와 '안습(눈물이 난다는 뜻)'사연들은 어떤 것이 있었을까. 그녀들 특유의 톡톡 튀는 입담에 잠시 귀 기울여 봤다.

글=홍수현 기자 <shinna@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장소 협찬=푸드 앤 컬쳐 코리아

추석하면 부엌 먹거리부터 생각나는 김미려

◆"김 기사~ 저기 가서 뒤집개 좀 가지고 와 봐. 그걸로 내 등 좀 긁어봐."=전라남도 여수가 고향인 '사모님' 김미려. 산.들.바다에서 나는 먹거리가 풍부한 동네이다 보니 추석 하면 그득했던 부엌부터 떠오른다.

"푹 삭힌 홍어를 찜으로 하면 얼마나 맛있는데…쩝." 이런 그녀가 산해진미를 눈앞에 두고 주린 배를 움켜쥐어야 했던 슬픈 추억을 간직하고 있었으니…. 때는 미려가 초등학교 4학년 때. 구김살 없는 막내지만 조금은 소심한 성격도 가지고 있던 미려는 부모 몰래 전학을 했던 적이 있다. 시내의 새 아파트로 이사 갈지 모른다는 부모 말씀을 넘겨짚고는 선생님께 전학을 자청했다. 아무 의심 없이 서류 절차가 진행돼 새 학교에 다니게 된 미려. 그러나 이사 계획은 무산됐다. 괜히 나서서 일을 냈다는 야단을 맞을까 부모에게 말도 못하고 추석 전날까지 맘 고생을 해야 했던 미려. 급기야 먹기만 하면 토하는 배탈이 났다. 그런데 그해 추석에는 유달리 맛난 음식이 많았으니. "고모네 집에 갔는데 제가 제일 좋아하는 아귀찜이 있는 거예요. 엄마는 못 먹게 하죠, 먹고는 싶죠, 몰래 부엌에 들어가 훔쳐먹다 등짝을 맞아가며 어찌나 혼났는지."

50명 친척 앞에서 무대 체질 익힌 정경미

◆"안녕하세요. 추석에 광 팔다가 코피 터진 베버리힐스에서 온 터질라예요."=부산 아가씨인 '터질라' 정경미도 추석 음식에 관한 추억이라면 김미려에 뒤지지 않는다. "아버지 형제가 8남매였어요. 추석에 온 식구가 모이면 50명이 넘었죠. 장만하는 음식 규모가 장난 아니었어요." 생선전을 부쳐도 큰 함지박으로 하나, 불고기를 재어도 또 함지박 하나였다며 그 시절을 기억한다. 오늘의 정경미를 키워준 데는 추석도 큰 몫을 했다. 큰아버지.고모들이 아이들을 모아놓고 장기자랑을 해보라고 주문했던 것.

"노래 잘 부르면 용돈 준다는 소리에 열심히 했죠. 그때부터 무대 체질이 됐나 봐요." 어린이 동요대회 '누가 누가 잘하나' 버전으로 손을 앞으로 모으고 어깨를 출렁이는 경미의 '애교'는 어른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그렇게 잘나가고 있었는데 장기자랑에서는 뒤지던 오빠가 '중학생에게는 상금을 인상해 달라'고 해 금세 뒤집혔어요. 너무 속상했죠." "터질라예요~"라며 시작하는 섹시한 멘트를 눈 하나 깜짝 않고 능글맞게 해내는 경미는 이미 초등학생 시절부터 50명의 관객 앞에서 공연을 한 전력이 있었던 셈이다.

멀미 때문에 추석마다 집순이가 됐던 정주리

◆"퀸카 만들기 대작전 챕터 원! 송편 먹고 5㎏은 쪄야 퀸카라고 할 수 있지"=누구보다 추석을 즐겼을 법한 '루완다' 정주리는 추석하면 서러운 마음부터 든단다. "고두심씨 나왔던 영화 '엄마' 아세요. 차만 타면 어지러워서 막내딸 결혼식도 못 간다는 내용이었죠. 제가 딱 그랬어요. 식구들은 김제 큰댁에 다 내려가는데 저만 집을 지켜야 했죠." 남들은 추석에 배가 아플 정도로 음식에 치여 지냈다는데 주리는 정작 먹을 것이 그리웠다고 한다. "전과 부침개.나물이 어찌나 먹고 싶던지. 서울이 고향이었던 친구들이 제가 불쌍하다며 집에서 하나씩 먹거리를 들고 와 줬죠."

그런데 이번 추석도 또 외롭게 지내게 생겼다며 엄살이다. 군대 간 '남친'에게 음식을 장만해 면회 가려 했더니 바쁜 스케줄 때문에 못 가게 됐단다. "우리 개그의 힘은 가족.친구들과 북적대며 지냈던 정에 있다"고 한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그녀들.

"이번 명절에 아이디어도 얻을 겸, 영양보충도 할 겸 가족을 만나야 하는데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걱정을 하면서도 이들 대표 개그우먼들은 "그래도 이렇게 내년 추석에도 바빠야 성공한 거겠죠?"라며 일 욕심을 늦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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