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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싸야 팔린다" 중저가 상품 선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요즈음은 싸야 팔린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외면 당하던 것은 옛말이다.
비슷한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라면 조금이라도 싼 것을 찾는 소비자들의 선호가 매우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근래「품질은 4만원, 가격은 2만원」식의 상품광고를 앞세워 시장을 석권해 가고 있는 많은 중저가 브랜드 상품들은 실속 위주로 바뀌고 있는 소비자들의 이러한 구매취향을 단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브렌타노」「헌트」등 이른바 중저가브랜드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한 의류업체 E랜드의 얘기를 들어보자.
『백화점등의 바겐세일에 매번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점을 보고 착안했다. 아직 구매력이 약한 학생층이 용돈으로 살수 있는 정도, 샐러리맨들이 월급범위에서 별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정도의 가격이라면 시장은 분명 두터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격 대를 먼저 설정하고 그에 맞춰 원·부자재를 정해 공임이 싼 보세공장에 대량하청을 주는 방법(대 메이커의 50∼70%수준)으로까지 제조원가를 줄이고, 다시 판매가를 이 원가의 2·5배 수준(일반 경우 3·5배)으로 낮게 책정,「싼 브랜드 옷」을 선보였다는 것.
저 마진은 대리점체인을 통한 대량판매로 보완했다.
대 메이커 옷값의 불과 반값 이하, 비싸야 3만∼5만원선인 E랜드의 이 같은 박리다매, 저가전략은 바로 적중했다.
법인체로 정식 출발한 86년 65억 원(매장 수 90개)이던 매출액이 지난해에는 1천3백억 원, 그리고 올해는 반도패션등 대 메이커들과 거의 1, 2위를 다투는 2천5백억 원(7백70개)을 내다보고 있다.
E랜드의 불같은 성공은 업계의 새바람이 되어 에스에스패션이 작년 말부터 기존제품의 절반 값 정도(신사복 경우 10만∼15만원)인 중저가 품들을 본격 출하하는 등 대 메이커들마다 경쟁적으로 저가의류들을 선보이는가 하면 논노패션 같은 곳은 종래의 직영점에서 체인점 확대로 전략을 바꿔 대량판매를 시도하고 있다.
구두의 경우도「미스·미스터」「해피워크」「블랑누와」등 기존 유명브랜드(4만∼7만원)에 비해 파격적인 2만원대의 중저가브랜드들이 잇따라 등장,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점에서는 오랫동안「비싸야 팔린다」며 고가전략을 고수해 온 화장품업계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85년 뒤늦게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어 지난해 태평양화학에 이어 업계랭킹 2위로 단번에 올라선 (주)럭키의 고속성장 비결도 할인코너를 통한 저가판매전략이었다.
『여성들의 활동이 늘수록 외국에서 그렇듯 화장품도 밖에 나와 비교구매를 하게 될 것으로 봤다.』
「가격혁명」을 불러온 소비자들의 이 같은 구매변화는 고가·고급품만을 취급한다고 인식돼 온 백화점들까지 저가경쟁에 뛰어들게 하고 있다.
최근 백화점들마다 점포차별화라는 전략아래 중산층의「실속시장」을 겨냥, 잇따라 문을 열고 있는 대중양판점(GMS)들이 바로 그 예다.
유망중소업체 등의 중저가 브랜드상품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박리다매를 표방하고 나선 롯데쇼핑의 잠실 새나라 슈퍼백화점과 한양쇼핑의 천안 GMS점이 이미 오픈 됐고 슈퍼체인업체인 해태유통도 고덕에 올해 중 7천 평 규모의 GMS점을 문여는 등 업체들마다 새로 부상한 중저가 시장에 단단히 눈독을 들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오는 92년 개점하는 서울종로 화신 점을 젊은 층과 직장인등을 주 대상으로 한 중저가 패션상품 위주로 운영하고 GMS점도 시작할 예정.
특히 한양쇼핑은 종래 슈퍼·백화점에서 앞으로는 GMS에 주력, 94년까지 수도권지역에 10개의 GMS점을 개점한다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저가상품 만들기에도 현실적인 한계는 있다.
유통연구소의 이범렬 소장은『소비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단지 값싼 상품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을 만큼 수준을 갖췄으면서 저렴한 상품』이라고 지적하고『판매업체들이 품질이 떨어지는 것을 저가판매 하는 식으로 치닫는다면 결코 시장이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끝><박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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