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월드컵축구 60년 이변의 드라마|처녀출전 북한, 이 잡아 파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축구의 가장 큰 묘미는 다른 종목에 비해 승부를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데 있다.
전통의 명문 팀들이 무명의 신흥팀에 어이없이 무너지는가 하면 줄곧 경기를 압도한 팀이 단 한 번의 실수로 패배의 구렁덩이로 빠지는 것이 축구다.
이 때문에 「축구공은 둥글다」는 말이 축구계에서는 보편화되어 통용되고있다.
월드컵대회도 예외는 아니어서 60여 년을 내려오는 동안 수많은 이변이 속출, 축구 팬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월드컵대회의 최대 이변은 누가 뭐라해도 북한의 이탈리아 격파.
일부에서는 50년 멕시코대회에서 미국이 영국을 꺾은 것을 최대 이변으로 치고 있으나 당시는 2차대전이 끝난 직후여서 참가팀들이 제대로 준비를 갖추지 못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북한-이탈리아전의 승부를 최대이변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66년 영국대회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출전한 북한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가운데 국제축구계는 일반적으로 아시아 축구를 평가하듯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사실 평균 신장 1m67cm인 작달막한 체구로 볼품 없었던 북한은 예선 첫경 기에서 소련에 3-0으로 진데다 칠레와의 두 번째 경기에서도 힘겹게 l-1로 비겨 예선 탈락팀으로 당연시되었다. 따라서 예선 마지막경기에서 대회2연패를 차지했던 강호 이탈리아를 꺾으리라고는 어느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
「빗자루수비」로 명성을 떨치던 이탈리아는 이미 칠레를 가볍게 2-0으로 제압했던 터였다.
그러나 66년7월19일 미들스브러구장에서 뚜껑을 연 경기의 양상은 그게 아니었다.
박두익·한봉진·김봉환·양성국을 주축으로 한 북한의 공격진은 이른바 「사다리전법」 으로 이탈리아의 수비진을 세차게 교란시켰으며 팽팽하던 균형은 전반종료를 얼마 남기지 않고 놀라움 속에 깨졌다.
FB 하정원의 헤딩패스를 받은 「동양의 진주」 박두익이 총알처럼 치고 들어가 땅볼 강슛, 선취골을 올렸다.
당황한 이탈리아는 후반 총공세를 펼쳤으나 북한의 철통같은 수비에 막혀 결국 1-0으로 무릎을 끓었으며 그 충격과 다혈질인 모국 팬들의 질타 속에 사기가 급전직하, 소련에도 지고 말아 예선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 경기로 북한은 일약 유명해진 반면 몰래 귀국한 이탈리아선수들은 공항에서 썩은 토마토와 달걀세례를 받았다.
이탈리아는 북한과의 경기가 열리기 15일전 WBA 주니어미들급 세계챔피언이었던 벤베누티가 한국의 김기수(김기수)에게 판정패, 남북한에 잇따라 얻어맞은 골이 됐다.
그러나 북한은 준준결승에서 전반에 먼저 3골을 넣고도 「검은 표범」 에우세 비오가 혼자 4골을 터뜨린 포르투갈에 5-3으로 역전패, 그야말로「불후의 4강 신화」를 창조하기 직전 아깝게 하차했다.
이 대회에 처음 출전한 포르투갈은 예선에서 세계최강인 브라질을 3-1로 꺾어 역시 기록될만한 이변을 일으켰었다.
대회3연패를 노리는 브라질은 예선 첫 경기에서 불가리아를 2-0으로 제쳤으나 펠레가 부상으로 결장한 헝가리전에서 3-1로 패퇴, 포르투갈전에 총력을 쏟아야했다.
부상한 펠레까지 총동원한 브라질은 최선을 다했으나 에우세비오의 포르투갈에는 역부족, 이탈리아와 마찬가지로 예선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70년 후반부터는 검은 대륙 아프리카 돌풍이 월드컵대회를 강타, 이변 창조의 주역이 되었다.
78년 아르헨티나대회에 처녀 출전한 튀니지가 멕시코를 3-1로 꺾어 파란을 일으키더니 82년 스페인대회에서는 첫 출전의 알제리가 두번 우승의 서독에 2-1로 승리, 이변을 낳았다.
리트바르스키· 루메니게 등 세계적 스타플레이어를 보유,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되었던 서독은 예선 첫 경기에서 전력이 오리무중이었던 알제리에 기습속공을 연속 허용해 허무하게 무너졌다.
탈락위기에 몰렸던 서독은 2승의 오스트리아에 석연치 않게 1-0으로 승리, 알제리와 함께 동률 2승1패를 기록했으나 골 득실차에서 앞서 가까스로 16강에 턱걸이했다.
서독과 오스트리아는 전반11분 서독이 선취골을 넣은 후 시종일관 느슨한 플레이로 일관, 관중들의 빈축과 함께 「알제리 탈락을 위한 승부조작」이라는 강한 의혹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임병대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