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의 대북한동맹 사실상 끝났다/미 국제학술회의서 소 대표 비난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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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제3자 공격받을때만 안보지원 남북한 교차승인방식 수용못해”/북한측ㆍ쿠나제 한동안 언쟁… 참석자들 “민망”
북한이 국제학술회의에서 조차 고립상황을 면치못하고 있다. 미조지워싱턴대와 일요미우리신문사 공동주최로 남북한ㆍ미ㆍ일ㆍ중ㆍ소 등 7개국 국제문제전문가들이 참가해 17일부터 19일까지 워싱턴에서 열린 학술회의에서 소련도 이제는 평양옹호 입장을 벗어버렸다.
○소 극동정책 전문가
18일 한반도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소련 과학아카데미산하 세계경제국제관계연구소(IMEMO) 일본 과장인 게오르기 쿠나제씨는 북한측 참석자들을 크게 격발시키는 발언을 했다. 소련의 대북한동맹관계는 사실상 종식됐다는 의미의 주장을 전개한 것이다. 쿠나제씨는 소련의 대북한관계는 평양측이 제3자로부터 공격을 받을 경우 이에 대한 안보지원을 제공하는 최소한의 조약관계를 의미한다고 공언했다.
소 과학아카데미 프리마코프소장의 두터운 신임을 지니고 있는 소련의 대극동정책에 영향력이 큰 것으로 알려진 쿠나제씨는 이날 『소련은 남북한교차 승인방식도 수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소 외교관계는 필요에 따라 이루어져야하는 것이지 구태여 주변 강대국의 남북한에 대한 교차승인이 모두 갖추어질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일본이 왜 떠드나”
쿠나제씨의 이같은 섭섭한 (?) 발언때문에 한동안 북한측과 쿠나제씨간에는 언쟁이 오갔으며 한국측을 비롯한 다른 국가의 참석자들이 오히려 민망한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측은 또 일본측 참석자인 미카나기 전주한대사가 한반도문제에 관해 발언하자 『일본이 왜 남의 일에 왈가왈부하느냐』고 시비를 걸어 회의 분위기가 어색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의 북한참석자들 태도로 미루어 볼때 동구등 공산권변화가 아직은 북한에 수용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고 참석자들은 전하고 있다.
한편 이번 행사를 위해 미정부는 리셉션 및 회의등에 북한문제 담당자를 비롯해 고위관리들을 업저버로 참여시키는등 적극적인 배려를 한 느낌이다.
17일 저녁 리셉션에는 제임스 베이커국무장관의 신임이 두터운 로버트 키미트국무부 정치담당차관까지 모습을 드러냈고 18일 한반도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는 리처드슨과장을 비롯해 한국과 관리들이 전부 업저버자격으로 동원됐다.
○교포식당서 갈비 접대
개스턴 시거전국무부 아태담당차관보와 김영진 조지워싱턴대 교수가 주동이 되어 회의를 진행시키고 있는 주최측은 때마침 주말을 맞은 18일 북한측을 비롯한 전회의참석자를 시내 재미교포가 운영하는 한국식당 「우래옥」으로 초청,불갈비와 냉면 등을 대접하기도 했다.
북한측의 평화군축연구소부소장 최우진,동연구원 이형철,유엔대표부 차석대표 허종대사 등은 휴식시간등에는 비교적 유연한 자세를 취하면서 한국측 참석자들과 담소를 나누는가 하면 19일 회의 종료때는 워싱턴주재 한국특파원들과도 「담론」을 갖기로 응했다.【워싱턴=한남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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