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포장 영문 투성이 수출품인지 국내판매용인지 분간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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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김희준(대구시동구방촌동강편타운아파트201동101회)
국산 최고급 담배가 또 한가지 시판됐다. 이름은 「에이티에잇 디럭스 마일드」7백원짜리다. 아마 수입 양담배와의 경쟁력을 고려사고 외국인에 대한 판매신장을 염뒈둔 작명인 듯하다.
그러나 이와 관련, 국어를 사랑하자는 사라의 하나로서 담배인삼공사의 의식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영어식 작명도 몹시 역겹거니와 어떻게 담뱃갑 로고·도안을 그렇게 영문표기 위주로 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글자의 크기나 수가 그렇고 한글로 표기한 품명은 두개면에 그친데 반해 6면체의 다섯면에 이르는 영문표기가 그렇다.
더욱이 못마땅한 것은 붙임매가 없는 앞면은 저타르·저니코틴·3중필터 등 사양을 영문자로 표기해 놓았다. 이쯤되면 이것이 수출용인지, 국내시판용인지 분간이 안된다 할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라일락·파란솔(파인트리 골든라이트)은 물론이고 도라지·백자에 이르기까지 영문로고 투성이다.
알아본 바에 따른면 양담배 선호의식이 뿌리깊은 점을 감안, 「국제형 담배」시판에 대한 홍보성이 강조됐다는 얘기인데 그것이 국영기업체로서 할 소리인가 묻고 싶다.
하기야 어디 담배뿐이랴. 아동용품에서 전자제품 기능 스위치에 이르기까지 영어식 표기 풍토는 이미뿌리뽑기 힘든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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