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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 쓴소리에 한나라당 '혼쭐'

중앙일보

입력

"대학생 표심을 잡아라"

한나라당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젊은층, 그 가운데 특히 대학생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시동을 걸었다.

27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는 한나라당 디지털정당위원회 주최로 '제1회 대학생 정치 스피치 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강재섭 대표 비롯한 김형오 원내대표, 유기준, 나경원 대변인, 남경필, 박형준, 심재철, 김명주 의원 등 한나라당 주요 인사들과 의원들이 참석했다.

대학생들이 주가 된 행사에 강 대표 등 당지도부가 나선 까닭은 '도로 민정당'이라는 세간의 비판 등 '수구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변화의 노력으로 분석된다.

강 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축사에서 "20대들은 아직도 한나라당을 무조건 노인정당이라고 한다든지 서민들과 거리가 멀다고 보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장애인 문제라든지 여성공천 등에 있어서 열린우리당보다 훨씬 더 신선한 면이 많다. 저쪽(열린우리당)은 이벤트만 잘하지 속은 오히려 비서민적인 것이 많다"고 주장했다.

"대학생들 '민노당 맨'은 있어도 '한나라당 맨'은 없어"

축사가 끝난 후 첫 번째 연사로 나선 숭실대학교 이정은 씨(정치외교학과)는 "(한나라당은) 새로운 정당으로 태어나라"며 "지금의 한나라당은 '수구꼴통'들만 모인 '수구꼴통' 집단일 뿐"이라고 포문을 열어, 객석에 앉아 있던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당혹(?)감을 안겨주었다.

이 씨는 "이 말은 냉정하게 표현한 한나라당이 처한 현실"이라며 "여당에 비해 지지도가 앞선다고, 실제로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한나라당 지지율은 유령"이라고 냉혹한 평가를 내렸다.

또 이 씨는 "대학생 가운데 '민노당 맨'은 있어도 '한나라당 맨'은 없다"면서 "대학생으로서 한나라당을 지지한다고 말하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수구꼴통'이라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라고 한나라당의 약한 곳을 찔렀다.

"'안락한 보수주의'에 빠진 한국 보수"

자신을 '보수주의자'라고 밝힌 부산대학교 전성민 씨(행정학과)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보수에는 '개혁'의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면서 "개혁의 의미가 담겨 있지 않는 보수는 그저 '수구'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한나라당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이 땅의 반기업정서도 보수주의자들이 스스로 초래한 면이 없지 않다"며 "보수주의자들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 즉 관용과 배려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 씨는 또 "해방이후 한국사회는 '안락한 보수주의'에 빠져 있었다. 그렇기에 보수가 자연히 수구가 될 수밖에 없었던 건지도 모른다"며 "지킬 것은 지키지 못하고 바꿀 것은 바꾸지 못하는 '구태 보수'의 모습에서 지킬 것은 지키고 바꿀 것은 바꾸는 '합리적 보수'로 변화해야 할 때"라고 거침없는 주장을 펼쳤다.

"한나라당, 의석수타령 말고 정신개조하라"

이 밖에도 경희대학교 김태영 씨(언론정보학부)는 "한나라당에게 필요한 것은 의석수 타령이 아니라, 정신의 개조"라며 "가령,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같은 경우도 또 다시 헌법소원을 외치기 전에, 여당과 협상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그렇지 않은 한나라당의 지금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어린 아이가 생떼 쓰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경희대학교 석사과정의 서영남 씨는 "감성적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 감성 위주의 홍보 전략을 따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고, 성균관대학교 오상훈 씨(러시아어문학과)는 "대기업은 물론 조그마한 상점조차도 고객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는 시대지만, 한나라당에는 이러한 역동적인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연사로 나선 대학생들 대부분은 친(親)한나라당 성향으로, 한나라당 대학생 디지털정당인 '블루엔진'이 주관한 '스피치 대회' 예선을 통과한 이들이다.

[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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