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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신화 쓴 신화…일본가수도 서기 힘든 부도칸 무대 성공적 데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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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3년간 최장수 교복 광고모델을 했는데, 이제는 남성복 광고가 들어오지 않을까요? 푸하하."

1998년 장난꾸러기 이미지의 '으쌰으쌰'를 부를 때만 해도 그룹 '신화'의 생명력이 이렇게 길 줄은 몰랐다. 단 한 명의 멤버 교체도 없이 9년째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에 멤버들 스스로도 '벌써 그렇게 됐나'하며 의아해할 정도다. 그동안 내놓은 정규 앨범만 8장. 수많은 아이돌 그룹이 잠시 반짝하다가 사라지는 가요계 현실에서 신화의 '장수(長壽)'는 의미가 있다. 데뷔 초 H.O.T의 그늘에서 출발했지만, 현재 독보적인 남성그룹으로 성장한 이들은 한류스타로서도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지난 24일 밤. 웬만한 일본가수들도 서기 힘들다는 도쿄 부도칸(武道館)무대에 신화가 우뚝 섰다. 높은 천장에 대형 일장기가 걸려 있는 부도칸 무대에서 신화를 보고 1만2000여 명의 일본 관객은 열광했다. 어머니와 함께 온 여중생부터 50대 주부까지 폭넓은 연령층의 관객들은 3시간 내내 신화를 상징하는 주황색 야광봉을 흔들며 '사랑해요'를 외쳤다. 신화는 파워풀한 댄스와 노래로 관객들을 사로잡았고, 6인6색의 개인기(랩.노래.춤 등)까지 보너스로 선사했다. 멤버들 각자 개성 있는 캐릭터를 갖고 있으면서도, 함께할 때는 파워풀한 댄스그룹으로서의 통일성을 보여준다는 점. 신화의 가장 큰 매력이자, 일본팬들이 열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멤버들 모두 개성 있으면서도 전체적으로 하나의 색깔을 낸다."(관객 오자와)

"일본 남성그룹은 어린애들 같은데, 신화는 남성적이면서 가족 같은 분위기가 난다."(메구)

"춤과 노래가 힘이 있다."(이시오카)

신화 멤버들은 "파워풀한 댄스음악이 신화의 대표 색깔"이라며 "개인 앨범에서 각자 자기 색깔을 내겠지만, 그룹으로서 신화의 색깔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개인앨범을 내고 솔로로 활동 중인 멤버는 민우와 혜성이며, 여기에 전진이 가세한다. 전진은 이날 콘서트에서 '사랑이 오지 않아요'란 발라드 노래를 선보였다. 솔로 가수, 연기자, MC 등 각자의 영역을 구축하면서 그룹 활동을 병행하는 '따로 또 같이' 전략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룹의 장수 비결에 대해 민우는 "의견충돌이 생기면 바로 대화로 풀기 때문에 멤버 간 감정의 앙금이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완은 "형제처럼 지내다 보니 벌써 9년째가 됐다"고 덧붙였다.

'우정이 신화의 장수 비결'이라는 혜성의 말에 동완이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우정은 무슨 우정, 계약서 때문이지"라는 농담을 던지자 멤버들이 자지러졌다. 어느덧 후배 아이돌 스타들의 인사성을 칭찬할 정도의 중견으로 성장한 이들. 데뷔 초 H.O.T를 우러러보며, 지금은 일본의 남성그룹 '스마프'를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신화만의 색깔을 굳혀 가려는 노력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도쿄=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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