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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외면하는 북한 협동농장|보수적 농민에 사회주의 이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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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동구를 휩쓸고 있는 자유화·민주화의 물결에도 불구하고 북한사회는 아직도 별로 큰 변화의 징후를 보이고 있지 않다.
평양 등 도시는 물론 농촌사회도 그 「폐쇄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협동농장제도도 과거와 다름없이 운영되고 있다.
북한에서는 농업이 개인단위가 아닌 집단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북한의 모든 농산물은 협동농장이나 국영농장을 통해 생산되고 있으며, 특히 협동농장의 경우 북한이 가장 성공한 사회주의방식의 생산형태라고 자랑스럽게 내세우고 있다.
현재 북한의 전경작 면적 가운데 90%가 협동농장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농산물의 80%가 이 농장을 통해 생산된다.
인구면에서 볼때 2천여만 전체인구의 36%쯤에 해당하는 7백여만명이 농업에 종사하며 이중 약90%정도가 협동농장에서 생활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은 해박후 소련군이 점령하고 있던 46년 토지개혁을 단행하여 지주들의 토지를 몰수, 소작농 및 빈농에게 무상으로 분배했다.
그러나 개인단위의 생산방식이 사회주의 기반을 해친다는 이유로 집단농장형태로 점차 바뀌어 휴전직후인 54년 3월「농엽협동 경영의 강화와 발전을 위한 대책」 이라는 내각결정을 통해 협동농장 강화를 본격 추진했다.
당시 일부에서는 북한의 농업발전단계가 협동생산형식으로 전환시키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반대의견도 있었으나 노동당 지도부가 농촌에서 사회주의를 강화하고 농업생산성을 향상시킨다는 목적으로 이를 강력히 추진했다.
즉 노동자보다는 덜 혁명적이라고 판단되는 농민을 자본주의적 생산방식아래 두고서는 나름의 혁명이 성공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이 같은 정치적 목적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경제적 이유를 들어 집단농장화에 박차를 가한 것이다.
한마디로 협동농장은 국가가 일정 규모의 농민을 일정규모로 조직하여 이들에게 일정규모의 토지를 빌려주어 공동작업을 통해 생산케 하여 이를 국가가 집단으로 수매하고 이를 개인의 노동성과에 따라 몫을 나누는 제도다.
이는 국가로부터 일정액의 봉급을 받고 노동을 하는 국영농장과는 달리 개인별 생산 실적을 인정하는 다소 유연한 제도라 볼 수 있다.
북한은 56년까지 농가의 80.9%를 협동 조합화했으며 58년8월에는 이 작업을 완결했다.
이 당시 협동 조합수는 전국에 걸쳐 1만3천3백9개였는데 이 같은 소단위농장이 생산성 향상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같은 해 11월3천8백43개로 통합시켰다.
협동농장은 자체 내에 작업반과 그 밑에 분조를 두고있다.
작업반은 곡식생산을 기본으로 하는 농업작업반과 과수·잠업·원예·채소·축산 등을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전문작업반으로 구분된다.
작업반은 평균 50∼1백명 규모이고 1개 작업반은 4∼9개의 분조로 구성돼있다.
이 「작업분조」 는 협동농장 생산단위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인원은 평균 산∼20명.
이 분조는 65년전까지만해도 단순한 「작업단위」였다.
그런데 작업반에 부과된 계획량을 초과 수행한 몫을 분배하는 「작업반 우대제」 에 문제가 발생했다.
즉 1백여명에 가까운 작업반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노동의 질과 양을 평가하는데 여러 부작용이 따랐고 개개인을 통제하기가 어려웠다.
이에 따라 북한은 작업반을 보다 규모가 작은 단위로 조직화할 필요성을 갖게돼 65년부터 기존의 분조 조직을 집단생활과 생산활동의 기본단위로 발전시킨 것이다.
협동농장에서의 연간 의무노동일수는 남자가 2백90일, 여자는 2백60일 (단 임신부는 1백90일) 이며 노동적령기는 남자60세, 여자는 55세까지다.
작업량은 작업의 난이도와 기술의 복잡성 등을 고려, 6개 등급으로 나뉘어 있다.
노동에 대한 평가는 「노력일」이라는 독특한 제도에 따라 이루어진다.
즉 보통정도의 힘든 작업을 3급 작업으로 분류하여 이를 제대로 수행했을 경우를 1의「노력일」로 하여 이보다 급수가 낮은 2급은 0.9, 1급은 0.8로, 급수가 높은 4급은 1.2, 5급은 1.4, 6급은1.6 「노력일」 로 각각 평가한다.
이러한 성과급을 받아 협동농장 안에서 각 가정별로 의식주를 꾸러가되 탁아소등은 공동으로 운영하게 되어있다.
협동농장의 조직은 농장원총회· 관리위원회· 검사위원회 등으로 대별된다.
농장원총회는 협동농장의 규약·규장을 제정하고 연간생산 및 재정계획, 결산, 수입분배 등을 토의·결정하는 최고기관이다.
오는 24일로 예정된 북한최고인민회의 9기 1차 회의를 앞두고 북한이 경제분야에서 어느 정도 개혁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소련이나 동구와는 달리 북한의 언론매체들은 북한사회주의체제의 우월성을 연일 강조하고있는 것으로 보아 이 같은 협동농장체제는 여전히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안희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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