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자문위〃있으나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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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방송국 외부인사로 구성돼 방송프로그램편성과 운용을 심의하는 방송사별 방송자문위원회가 거의 유명무실하다.
방송법에 따라 방송국이 1개 이상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자문위원회는 실제 구성만돼 있을 뿐 심의나 그에 따른 방송사의 처리·개선은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방송위원회가 각방송사의 지난해 방송자문위원회 운영실적을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현재까지 구성돼 있는 54개 자문위원회 중 법에 따라 연 4회 이상 회의를 가진 자문위는 12개뿐이며 11개 자문위는 1년 내내 한번도 전체회의를 가져본 일이 없었다.
또 회의를 가졌던 자문위도 회의 내용이 거의 중복되는데다 아무런 의견 개진조차 없는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방송위원회에 보고된 자문위원회들 중▲23개 자문위는 지금까지 지난해 운영실적을 보고조차 하지 않고 있어▲심의결과를 보고하지 않은 경우 10개▲심의처리 결과를 보고하지 않은 경우 22개▲자문위원 위촉 내용을 기일 내에 보고하지 않은 경우가 45개나 되고 있다.
극동·아세아방송의 경우 자문위가 운영실적보고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 한번도 회의를 갖지 않았고 CBS는 지방 5개사 중 대구·부산·이리의 자문위가 한번도 회의를 열지 않고 있다.
또 KBS·MBC 경우도 서울 본사를 포함, 자문위활동이 전혀 없어 연간 운영실적을 보고하지 않고 있다.
방송사에서 자문위원회운영을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대부분의 자문위가 법적 의무사항이기 때문에 구성돼 있기는 하나실제 활동이 거의 없고, 위원들의 의견과 심의내용이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이어서 실효를 거두지 못하며 제작자들이 자문위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는 것같다』고 말하고 있다.
더구나 방송법 시행이래 지금까지 이러한 유명무실한 자문위원회의 전반적인 관리·감독을 맡고있는 방송위원회 자체도 아무런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마련치 않고 있어 좀처럼 개선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각 방송사의 자문위원회는 교수·사회단체장·언론인·정치인·종교인·지역유지 등을 망라한 사회지도층 인사 10∼30명으로 구성돼 있으나 이들 대부분이 방송프로자체에 별다른 관심을 나타내지 않고 있고 방송사 운영에 대해서도 거의 지식이 없어 자문위의 활동을 무력하게 하는 주된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자문위원들은 회의때마다 거마비조로 상당액수의 사례금을 받고있다. <채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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