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위원회 사실상 개점휴업

중앙일보

입력

정부의 위원회 335곳중 58곳이 지난해에 단 한 번의 회의도 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원회 정부'라는 비판이 빗발치자 정부는 지난해 말 각 부처 산하의 정부 위원회 381개 가운데 66개를 정비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아직도 정비 대상에서 제외된 위원회 335개 중에도 무려 58개가 지난해 단 한 차례도 회의를 개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위원회 구조조정이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고 한국일보가 보도했다.

특히 행정자치부의 중앙분쟁위원회, 국무총리실의 부품소재발전위원회와 국가표준심의회, 산업자원부의 무역거래기반조성위원회, 중소기업청의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 등 15개 위원회는 최근 3년간 단 한차례도 전체회의를 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처별로는 총 13개의 국방부 산하 위원회 가운데 절반이 넘는 7개 위원회가 지난해 전체회의를 한번도 열지 않았다.

이어 교육부 산하 16개 위원회 가운데 6개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농림부(5개), 보건복지부, 산업자원부, 행정자치부(이상 각 4개) 산하에도 회의를 개최하지 않은 위원회가 많았다.

정부 부처 가운데 가장 많은 위원회를 거느리고 있는 국무총리실은 총 32개 위원회 가운데 6개(18.8%)가 지난해 전체회의를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반면 대통령 산하 20개 위원회는 모두 전체회의를 열었고, 이 가운데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는 지난해에만 총 13회의 전체회의를 개최했다.

과학기술부, 기획예산처, 재정경제부, 여성가족부 등도 산하 위원회 모두가 지난해 전체회의를 최소 한 번은 열어 모범적으로 위원회를 관리하는 부처로 평가받았다.

중앙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1,220만원의 예산을 배정 받았으나 단 한 차례도 전체회의를 열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의 분쟁 을 조정하기 위해 1994년 만들어진 이 위원회는 2003년과 2004년에도 단 한차례도 회의를 열지 않았다. 재정경제부 산하 재정자금운용심의회와 복지부 산하 국민연금심의위원회는 지난해 단 한차례 서면 전체회의만을 열었지만 각각 1,090만원과 1,470만원의 예산을 배정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지난해 회의를 전혀 열지 않은 위원회(58개)와 한 차례 서면회의만을 열었던 위원회(7개)가 사용한 예산을 모두 합치면 수억원에 달한다. 회의를 단 한번도 열지 않은 위원회의 예산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전체회의를 한 차례만 열고도 수억원의 예산을 쓰는 위원회들도 있었다. 회의를 열지 않는 위원회 소속 민간위원들은 각 10명쯤 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들은 '무늬만 위원'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상이 이런데도 매년 새로운 정부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있다. 행자부에 따르면 참여정부 출범 전인 2002년 말 364개였던 위원회는 지난해말 381개로 늘었다. 정부는 이 가운데 40여개의 위원회를 통폐합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지난해 신설된 정부위원회만도 건설교통부 산하 골재수급심의위원회, 국무총리실 산하 이러닝산업발전위원회 등 18개에 달했다.
디지털뉴스[dig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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