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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미래] 스타워스…우주가 뜨거워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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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지난 16일 중국 최초의 유인우주선 선저우5호가 성공적으로 귀환했다는 소식은 또다른 우주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과 다름없었다. 미국과 소련의 경쟁체제에서 러시아의 퇴조와 함께 중국이 바통을 이어받은 것이다.

세계 각국은 중국의 선저우5호 성공에 축하 메시지를 띄워보냈지만 한편으론 군사적 목적을 의심하는 눈초리 또한 적지 않다. 미국은 1990년대 말부터 중국을 가상의 적국으로 설정해놓고 우주군사전략을 펼쳐왔다. 우주를 손에 쥐고 있는지 여부가 전쟁의 승패로 연결되는 만큼 중국의 급성장은 미국으로선 직접적인 위협인 셈이다.

바야흐로 우주무기(Space Weapon)를 이용한 '스타워스'가 임박했다는 판단에서다.

지금까지 우주무기는 지상의 육.해.공군 전력을 지원하는 시스템이었다. 우주에서 무기를 쏘아대기 보다는 위성을 통한 정보수집 및 통신지원이 주된 역할이었다. 이미 지난 이라크전에서 그 진가가 드러났다. 미국은 이라크를 이 잡듯이 살펴볼 수 있는 정찰위성과 조기경보위성,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위성 등을 이라크 상공에 띄워놓고 컴퓨터 게임을 하듯 전쟁을 치러나갔다.

만약 미국의 위성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가 이라크에 있었다면 상황은 1백80도 달라졌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항공대 장영근(우주시스템연구실) 교수는 "이라크전에서 러시아가 미국의 위성활동을 방해했다는 소식이 들렸지만 확인되지 않았다"며 "미래의 전쟁은 반드시 우주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전의 전쟁은 높은 고지를 점령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미래의 전쟁은 고지보다 훨씬 높은 우주를 놓고 쟁탈전을 벌인다는 설명이다.

실제 미국과 소련은 1972년 탄도탄요격미사일(ABM)금지조약에 서명했지만 우주무기 개발 실험을 수 없이 해온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최근 부시행정부는 ABM 조약에 관계없이 우주무기를 배치하는 첫번째 국가가 된다는 목표를 분명히 밝혔다. 미국은 내년부터 5년간 우주개발에 매년 8억3천3백만달러를 쏟아부을 정도로 적극적이다. 앞으로 15년내 우주무기가 실전에 대거 투입된다는 것이 미 국방부의 예상이다.

우주무기 개발은 두가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우선 대(對) 위성요격무기다. 위성요격체계(ASAT)의 일환으로, 상대방의 위성을 궤도상에서 파괴한다는 발상에서 시작됐다. 위성은 일정한 궤도를 돌기 때문에 요격하기가 쉬운 편이다. 80년대 레이건 대통령의 '스타워스' 프로젝트에 포함됐던 대표적인 방식은 F-15 전투기에서 대기권 밖으로 소형미사일을 쏘아올리는 식이다. 이미 85년 9월 수명이 다된 실물위성을 고도 4백80㎞에서 파괴하는데 성공했다.

이에 반해 소련은 68년 이후 15차례 이상에 걸쳐 '킬러위성' 개발에 주력했다. 1천㎞ 이하의 고도에서 스스로 궤도를 변경하면서 목표 위성에 접근, 자체폭발을 일으켜 손상을 입히는 방식이다. 최근 들어서는 폭발없이 직접적인 충돌로 파괴해버리는 '우주지뢰' 개발이 진행 중이다.

2000년 중국이 10~1백㎏ 정도의 극소형 위성으로 적국의 위성에 붙어다니다 필요할 때 자폭하는 '기생 위성'을 개발, 미국을 긴장시킨 바 있다.

소형위성을 이용한 다양한 우주무기가 나오면서 미국은 '보디가드 위성'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핵심 위성 주변에 5개 정도의 소형위성을 위치시켜 위성요격무기로부터 핵심위성을 보호하는 역할이다. 킬러위성이 다가올 경우 편대비행 등을 이뤄 '몸을 던져' 막는 방식이다. 심지어는 지상에서 핵심위성에 타격을 입히려는 소형위성을 미리 파악하고 조이스틱으로 궤도를 바꿔주는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또다른 우주무기가 대(對) 탄도탄 요격무기다.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려면 비교적 속도가 느린 발사 직후 가속단계를 노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목표지점에 떨어지기 전 요격하면 파편에 따른 피해가 뒤따를수 있기 때문이다. 요격무기로 가장 각광을 받고있는 것이 레이저다. 우주공간에서 퍼지지 않아 수백~수천㎞ 멀리 있는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탄도탄을 파괴할 정도가 되기 위해서는 대형발전소 몇개 분에 해당하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거대한 장치를 인공위성에 탑재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가운데 가장 실용화 단계에 근접한 것이 불화수소 레이저다. 불소와 수소의 화학반응으로 발생하는 적외선을 이용한 것으로, 지상 또는 보잉747과 같은 대형 비행기에서 레이저를 우주로 쏘면 인공위성이 대형거울로 받아 방향을 바꿔 적을 공격하는 식이다.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시속 수천㎞로 움직이는 위성에서 다른 움직이는 물체를 맞히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탄도탄 내 반도체 하나만 태워버려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미 공군은 항공기에서 발사하는 레이저 테스트를 끝내고 이를 3~4년 내 실전에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우주공간에서 사용할 목적의 레이저 무기는 15~20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우주전에 대한 아무런 준비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발사한 과학위성1호를 포함해 모두 8기의 위성을 띄워놓고 있는 상태에서 적국이 우리의 위성을 공격한다면 속수무책이라는 것이다.

특히 통신시설의 마비는 국가방위체계를 무방비 상태에 놓이게 한다. 국방부 연구개발관실의 김호식 중령은 "공격무기 개발은 힘들더라도 위성 보호책은 생각해야 할 때"라며 "우주전에 대비한 중장기적인 국가계획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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