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경제가 흔들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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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공권력투입 이후 현대중공업 파업사태가 현대자동차 등 현대계열사의 동조파업·조업중단 등 새로운 국면으로 확산되는 등 혼미를 거듭함에 따라 울산 지역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다.
현대측은 현대측대로 정상 조업을 하지 못해 막대한 매출·고정비 손실을 보고 있고 이 여파는 하청업체에까지 미치고 있으며 근로자들 또한 임금 등을 받지 못해 울산지역의 각종 수요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울산시 서부동 현대중공업 정문 맞은편에 있는 명동시장에서 생선가게를 하고 있는 성명희씨(40)는 연일 계속되는 시위로 손님이 반 이상 줄어 하루 매출이 10만원선에서 5만∼6만원선으로 뚝 떨어졌다고 울상을 지었다.
특히 날만 밝았다하면 현중근로자와 경찰의 「전쟁터」가 되는 현대중전기부근의 번덕 고개주변 상가는 하루 종일 셔터문을 굳게 내리고 있다.
이곳에서 서점을 경영하는 이상률씨 (76)는 『공권력투입 닷새째인 1일까지 단 하루도 문을 연 날이 없었다』며 『사태수습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아 이사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인들의 비명소리는 현중공권력투입에 가장 격렬히 항의하고 있는 양정동 현대자동차 인근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다.
현대자동차정문 앞에서 슈퍼마킷을 운영하고 있는 이천우씨(36)는 『파업 및 시위여파에 따른 매출감소는 물론 경찰이 시위를 진압한답시고 하루에도 몇 차례나 차량통행을 통제하는 바람에 물건을 들여올 수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또 현대중공업의 경우 회사측은 1일 현재 지난달 23, 24일 이틀간의 태업과 25일 이후 7일간의 파업으로 4백30억여원의 매출손실과 1백30억여원의 고정비손실을 보았다고 주장하고 있고 근로자들은 이번달 임금1백50억여원을 받지 못한 상태다.
회사측은 또 노르웨이와 협의중이었던 9건8백만달러 상당의 30만t급 광석운반선 1척의 건조계약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이미 발왕한 수요자로부터 계약이행차질로 빚어지는 페널티지급 등이 우려되고 삼강금속주 등 1천1백34개의 외왕·하청업체 등도 1백30억여원의 매출손실을 보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28일부터 노조측이 동조파업에 돌입함에 따라 1일 현재 4백2O억원의 매출손실과 1백3억5천만원의 순손실이 초래됐다고 주장했다.
현대계열사가 울산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때문에 분규에 따른 이 같은 손실은 경제순환 과정상 각종 악순환을 잇따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울산시청 지역경제과 김종만씨(34) 는 『현대가 울산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가 훨씬 넘는다』 면서 『현중사태가 하루속히 수습되지 않는다면 울산은 「경제공황」을 맞게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이 30일 근로자들에게 봉급을 지급하지 않음에 따라 월급날이면 흥청대던 카페·나이트클럽 등이 개점휴업상대에 들어갔고 인근 은행· 사채시장에는 급전을 구하려는 근로자들로 붐볐다.
독신근로자들이 주로 살고있는 전하동 만세대아파트 앞 그린카페 종업원이모씨(26)는 『하루 매출이 50만원에서 15만원대로 떨어졌다』며 『운영비도 제대로 못 건질· 지경』 이라며 한숨지었다.

<울산=이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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