쇳덩이가 주는 물성 표현해 봤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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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개인전은 작가의 큰 변모를 보여줄 수 있을 때 마련돼야 합니다. 이때문에 6년 동안을 오직 작업실에만 파묻혀 지냈습니다. 이번 전시회엔 80년대의 작품세계를 정리하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
고집스레 철조의 추상세계를 모색해온 중진조각가 이종우씨(53·경희대교수)가 오랜 침묵을 깨고 개인전을 연다. 4∼28일 호암갤러리.
이씨는 이 전시회에 6m가 넘는 초대작을 비롯한 브론즈조각 『확산공간』연작 30여 점을 선보인다. 지난 84년 두번째 개인전(현대화랑·한국미술관)이후 제작해온 신작 가운데 고른 것이다.
그의 작품들은 더덕더덕 바른 것 같은 거친 표면처리의 육중한 브론즈덩어리가 어우러져 원시적이고 건강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이씨는 70년대를 통해 토막낸 철도레일을 형상화한「레일」시리즈로 주목받았었다. 이같은 선적형태는 80년대 들어 육중한 양감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그는 79∼80년 덴마크정부 초청으로 덴마크 왕림미술학교에서 수학한 후 변모의 일면을 84년 전시회에서 보여 주였다.
『매끄럽게 다듬어진 장식성에서 탈피해 쇳덩이가 주는 물성 자체를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
이번에 출품된 작품들은 육중한 덩어리가 원통형의 휘어진 구조물에 지탱돼 마치 지상에서 떠오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또 두개의 구조가 하나로 끼워 맞춰져 「분리와 조립」이라는 독특한 형성논리를 보여준다.
이씨는 작품을 만들기 전에 에스키스(밑그림)를 그리지 않는다. 눈을 감고 손가락을 허공에 휘저어 구도와이미지를 얻은 뒤 거의 무의식적으로 작업한다.
『조각은 옛사람들이 나무를 깎는 듯한 마음으로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 그는 자신의 작품을 절대로 복제해내지 않는 작가로 유명하다. 그래야만 「부단히 새로운 작품에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수입이 보장되는 환경조각의 제작도 졸곧 외면해왔다.
70년대에 국전추천·초대작가를 역임했으며 올림픽조각공원에 작품『확산공간』이 소장되어있다.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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