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기술관료 득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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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북한은 노동당이 지배한다. 조선노동당은 당규약에서 『노동당이 조선민족과 조선인민의 이익을 대표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헌법4조도 『조선노동당은 주체사상을 활동의 지킴으로 삼는다』고 노동당의 헌법적 위상을 뒷받침해 주고있다.
당의 최고의사결정기관인 정치국은 정위원과 후보위원으로 구성되며 정치국 정위원중 일부로 중앙상무위원이 구성된다. 현재 상무위원은 김일성·김정일·오진우 3인이다.
이 당서열은 북한의 권력서열을 나타내줄 뿐아니라 노동당이 중요시하는 정책비중의 우선순위도 반영해준다.
노동당초기에는 주로 혁명1세대가 정치국원의 중심이 됐으나 최근에는 테크너크랫을 중심으로 하는 전문가들이 등용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있다. 이것은 북한이 경제에 보다더 비중을 두기 시작했다는 표시다.
보통 이같은 권력서열의 순서가 공식적으로 대외에 공표되는 경우는 드물다.
대의원선거등 국가에 중요한 일이 발생할 경우 발표하는 경우가 가끔 있으나 일반적으로 공식행사때 좌석의 배열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보통이다.
북한은 최근에 있었던 대의원선거를 위해 권력서열을 발표한바 있다.
일본의 라디오 프레스(PR)가 보도한 90년3월1일 현재의 권력서열과 북한이 대의원선거를 계기로 발표한 권력서열사이에는 큰 변화가 없다.
정위원·후보위원을 포함, 서열탈락자는 고령의 서철뿐이며 정위원일부와 후보위원일부의 서열만 변동됐을 뿐이다.
다만 정위원의 경우 박성철이 연형묵앞으로 자리바꿈을 했고 강성산도 서윤석을 앞섰다 (도표참조).
박의 경우 88년12월 개방·개혁을 주장하다가 『숙청됐다』는 설이 나돌 정도로 개혁지향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고 강은 부총리겸 국가계획위원장으로 경제통으로 알려져 있어 이번 두사람의 서열상승은 북한이 개혁및 경제에 비중을 더두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후보위원도 평북도당위원회책임서기였던 조세웅이 뒤로 밀리고(6위에서 8위로) 부총리 정준기(7위에서 6위로)와 부총리겸 평양시행정·경제 지도위원 강희원(8위에서 7위로)의 서열이 올라, 정위원의 경우처럼 경제통및 전문관료의 상승을 보여주고 있다.
이밖에 김정일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계응태(당중앙위서기) 전병호(당중앙위서기) 한성룡(당중앙위서기) 홍성남(부총리겸국가경제위원회위원장)등이 88년이후 여전히 건재해 김정일이 당을 전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이 최근의 노동당 권력서열을 분석해보면 북한이 체제의 큰 변화없이 내부적으로 조심스럽게 경제개혁을 추진하려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점은 북한이 내부의 개혁과 개방을 둘러싸고 심한 갈등으로 조만간 체제에 큰 변화가 올지도 모른다는 외부의 관측이 정확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북한을 방문한 인사들중 일부는 북한내부에서 「체제의 발전」을 둘러싼 내부의 논쟁이 활발하다고 전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북한을 방문한 미국인 작가 존 페리와 캐나다의 중국문제전문가 데이비드 즈웨이그씨도 최근 월드 모니터지 4월호를통해 『북한에서도 현실과 이상에 대해 활발한 논쟁을 벌이고 있으며 김일성도 이를 장려하고 있다』고 말해 「활발한 논쟁」이 시작된지 오래임을 시사했다.
특히 북한에서는 최근 지난77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6기 1차회의때 김일성이 「인민정권을 강화하는데 대하여」라는 시정연설을 통해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를 강조하고 관료주의의 퇴치를 요구한 부분을 다시 강조하고 있어 나름대로의 개혁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있는 것이 아닌가 보여진다.
이러한 북한 내부의 움직임과 최근의 권력서열이 어떠한 관련이 있을지는 5월상순쯤 개최될 것으로 보이는 최고인민회의 9기1차대회를 통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안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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