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 「모의장례식」훈련싸고|지하철공사-노조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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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서울지하철공사(사장 한진희)의 사원 정신교육중 교육생을 관에 넣어 모의장례를 치르는 이른바 「나의 장례식」행사를 놓고 노조측의 항의농성과 이에맞선공사측의 주동자고발등 노·사가 팽팽히 맞서 또다시 분규에 휩싸이고 있다.
공사측이 일본기업의 「지옥훈련」을 본떠 이달초 처음으로 실시한 이 정신교육은 24명을 1개조로 5박6일의 일정.
문제가 된 장례식행사는 마지막날 밤 교육생들이 서울용답동 군자차량기지내 교육관 지하 20평짜리 골방으로 안내되면서 시작된다.
전기가 꺼진 칠흙의 방안에는 촛불 2개의 침침한 불빛사이로 까만회장과 조화가 보인다.
향냄새가 짙게 밴 방한가운데는 핏빛 카핏위에 얼굴없는 영정과 위패가 놓인 제사상이 차려져있다. 병풍뒤에는 새까만 나무관 3개가 나란히 놓여 으시시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교육생들은 준비된 짚신을 신고 삼베로 된 상복으로 갈아입는다.
녹음기에서 목탁·독경소리, 때로는 장송곡이 울려퍼지는 동안 교육생들은 자신의 삶을 마감하는 유서를 쓴다.
염까지 당한 교육생 3명이 새하얀 광목에 싸인채 관속으로 옮겨진다.
다른 3명의 교육생이 관뚜껑을 닫고 이들이 쓴 유언장을 구슬픈 목소리로 읊어간다. 관속의 3명이 자신들의 삶을 반성하고 회계하는 시간.
『애고 애고…』나머지 교육생들은 상주와 조문객이돼 곡을 한다.
노조측은 『이 의식의 저의가 조합원들에게 좌절감과 패배의식을 주입, 노사관계를 지배와 종속으로 고착화시키러는 비윤리적 정신파괴음모』라며 50여명이 12일부터 보름깨 철야농성을 벌이고있다.
공사측은 이에대해 『장례식행사는 약5년전 일본으로부터 도입된 효과적인 교육방법』으로 『가상죽음을 통해 과거를 참회하고 새삶을 찾도록 유도하는 등대』라며 교육 철회를 거부하고있다.
공사측은 21일 노조원의 농성으로 교육이 중단되자 조상호위원장직무대행등 노조간부 11명을 업무방해등 혐의로 서울동부경찰서에 고발했으나 노조측은 소환조사에 불응하고있다.
매년 끊임없이 분규를 거듭해온 지하철공사는 올해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장례식행사」를 놓고 그동안 쌓였던 노·사간의 마찰이 또 한차례 회오리를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고대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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