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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머슴' vs '이명박 불도저'…그 차이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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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어느덧 취임 100일을 앞두고 있다

잔잔한 도정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김 지사는 홍수피해 등 도내 난관을 뜷고 무난한 성적표를 받아 들고 있다. 치매 중풍환자 머슴되겠다는 따뜻한 관리의 표상을 보여주었는가 하면 대통령과는 직공직언으로 지방세 인하에 대해 맹폭을 가하는 열혈의 투사의 모습을 보여 주기도 했다.

또 공무원들 앞에서는 매서운 시어머니 노릇을 마다하지 않았다. "과로사로 죽자"라는 최근 수습사무관과의 대화록은 경기도 공무원들 사이에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김 지사는 알려진대로 소신파이다.

감히 이 '자주시대'에 눈치 안보고 "평택 미군기지와 평택항간 철도 건설이 꼭 필요"하고 "미국과 더 긴밀한 유대를 주장하는 실용외교를 주장했다. 더 나아가 한미군사훈련을 독려했다.

'규제풀어 기업하기 좋은 경기 만든다'는 철학을 갖고 있는 김지사는 실천적 경제 이론가인 좌승희 원장을 경기개발연구원에 영입해 경기도를 신국부의 엔진으로 설정하는 작업을 시도중이다.

취임식 첫날 공무원노조와 출근하고 퇴근하는 모습을 보여준 김지사에게는 파격적인 요소도 눈에 띈다.

장마철 수해 발생 때 휴가를 반납하며 119식 스피드행정을 편 그에게 붙은 칭호는 김반장.영화 ' ̄홍반장'에서 주인공이 보여준 헌신적이고 바지런한 모습에서 따온 이미지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도 이례적으로 김문수 지사를 전폭적 신뢰하는 결의안 만장일치 채택했다.

불도저 아닌 머슴끝장 스타일

김문수 경기지사는 실질적인 성과를 중요시한다. 공무원 특유의 행정적 처분이 아닌,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현장행정, 스피드행정을 강조한다.

이런 점은 여러모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닮았다.

청계천 복원사업으로 단번에 유력대권주자로 부상한 이 전 시장은 뚝심행정으로 유명했다. 한번 마음 먹은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결과를 보고야 만 것.

끝장을 낸다는 점에서 김지사도 이에 못지 않다.

김 지사에게 불도저란 별명은 어울리지 않는다. 두사람 모두 강한 추진력을 중요시 여긴다는 점에서 엇비슷하기는 하다. 하지만 뭔가 다른점이 있다.

그 이유는 삶의 출발점이 다르고 철학이 다르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가시적인 성과보다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것을 중요시 여긴다. 그래서 그는 현장행정을 중요시 여긴다. 김 지사가 이야기 할 때면 으레 나오는 '머슴론'인 것이다.

이는 노동운동을 했던 그의 과거에서 비롯된 철학이다. 공무원은 도민을 위해 존재하는 머슴이라는 것. 스스로를 머슴으로 규정짓고 주민들과 벽을 허무는데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수행원들에게 검은 양복을 입지 못하게 한 것이다.

검은 양복이 주민들에게 위압감을 준다는 것. 주민들과 실질적인 문제를 논의하는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 그는 과감히 복장개혁을 단행했다.

형식보다 실질적인 성과를 중요시 여기는 그의 생각은 수도권 규제철폐 주장에서도 읽을 수 있다.

경제적 성장이 없으면 주민들에게 돌아갈 혜택도 없다는 것.

무한경쟁시대 살길은 대수도론

그는 세계가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했다고 여긴다.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우리를 추격하기 시작했고, 이를 따돌리기 위해서 수도권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가 주창한 것이 대수도론이다. 대수도론이란 서울, 경기, 인천이 하나의 도시가 되어야 한다는 것.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규제를 철폐해 무한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는 중국의 예를 곧잘 들곤 한다. 북경은 서울의 28배 크기라고.

기업들이 투자할 땅이 없어서 투자를 못하고, 학교가 비좁아 새 건물을 짓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수도권 규제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것.

수도권 각종 규제가 학교, 기업,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설파한다.

수도권이 서로 담장을 쌓을 것이 아니라, 벽을 허물어 마음껏 투자하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기도의 가장 큰 자산이 땅이라고 말하는 그는 이 자산을 사용도 못해보고 있다며 수도권규제의 불합리성을 지적한다.

경기 남부는 수도권 인구과밀 규제에 막혀 있고, 경기북부는 군사보호구역 규제를 받고 있어 이중 규제를 받고 있다는 것.

수도권 규제의 불합리성을 지적할 때면 그의 과거 모습이 연상된다. 정부와 맞장을 뜨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예산편성등에서 혜택을 받으려면 정부와의 관계를 불편하게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이런 모습을 보자면 노동운동을 하던 시절, 국회에서 대여투쟁을 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저돌적인 도정운영이란 측면에서 보면 이명박 전 시장과 닮았다. 하지만 이 전 시장과 색깔이 다르다고 느끼게 하는 것은 김 지사의 투사적 기질이 가미됐기 때문이다.

(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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