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정보 공개될수록 FTA 지지 의견 늘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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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국민은 한.미 FTA를 지지하는가, 반대하는가. 시민배심원 토론회는 이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었다.

시민배심원제란 정부의 정책을 놓고 이해관계가 없는 시민들이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나름의 결론을 도출하는 '시민 참여'의 한 형태다. 충분한 정보를 얻은 뒤 토론과 설득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므로 단순한 여론조사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번 토론회의 배심원단은 7명이었다. 표본집단이 작기는 하지만 그들의 생각은 큰 차이가 없었다. 토론 결과 완전히 하나의 의견을 도출하진 못했지만 3개 쟁점에 대해 다수가 공통으로 지지하는 점수가 있었다. 차이가 일부 있었지만 미미했다. 점수 선택은 아주 주관적인 것인데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사실상 합의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한.미 FTA와 관련해 의미 있는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FTA에 대한 지지는 정보가 공개될수록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배심원들은 "지금까지 일방적인 찬성론만 들어왔으나 반대론과 대비해 보니 찬성론에 대한 믿음이 더 강해졌다"고 했다. 이는 KDI 국제정책대학원이 중앙일보와 함께 지난 7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공론조사와는 다른 결과로서 흥미롭다.<본지 7월10일 3면 참조> 당시 대학생들은 "FTA의 피해는 구체적이지만 이익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반대 측의 설득에 기울었다.

둘째, 배심원들은 굳이 내년 3월까지인 협상시한을 지켜야 한다고 보지 않았다. 시한 내에 타결 짓는 게 가장 좋으므로 일단 노력하되, 미국에 과도한 양보를 하진 말고 천천히 협상하자는 입장이 대부분이었다.

셋째, 배심원들은 정부의 능력에 불안감을 표시했다. 배심원 모두 "갑자기 협상이 시작돼 정부의 준비가 부족했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또 FTA로 사회갈등이 빚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모두 공감했다. 지금까지 정부는 주로 한.미 FTA가 왜 필요한지를 홍보하는 데 치중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철저히 준비하고 협상에 임하고 있으며, 예상되는 사회갈등도 치유할 대책이 있다'는 점을 알리는 게 더 중요한 과제가 됐다. "FTA를 추진하는 것은 좋지만 정부가 제대로 할지 불안하다"는 게 이번 토론회에 참가한 배심원들의 생각이었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갈등조정.협상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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