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성매매 금지했더니 '풍선효과'가 현실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성매매 관련 공모전에서 당선된 구창욱씨의 작품. 수상작 전시회는 서울 인사동 갤러리 환에서 25일까지 열린다.

#장면1=21일 오후 서울 성북구의 속칭 '미아리 텍사스' 골목. 유리문에 검은색 커튼이 내려진 업소들 사이로 드문드문 붉은빛이 새어나왔다. "카드 8만원, 현금 7만원"을 외치는 호객꾼도 보였지만 골목 안을 서성대는 남성은 10여 명에 불과했다. 이곳은 한때 1000여 명의 여성이 성을 팔던 국내 최대 성매매 집결지였다. 하지만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으로 단속이 집중되면서 상당수 업소가 문을 닫았다. 한 업주는 "과거에 비해 손님은 10분의 1도 안 된다"고 말했다.

#장면2=같은 날 자정 서울 강남구의 한 골목. 10여 채의 건물에 '안마시술소' '남성휴게텔'이라는 간판이 깜빡이고 있었다. 한 마사지 업소에 들어서자 '여고생.스튜어디스.간호사 복장 각 18만원'이란 메뉴가 눈에 띄었다. 이곳은 여성 종업원이 손님이 선택한 옷차림으로 성적 서비스를 해주는 속칭 '이미지 클럽'. 대기실엔 5~6명의 남성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업소 관계자는 "금요일 밤에는 한 시간씩 대기해야 할 정도"라고 귀띔했다.

23일은 성매매특별법 시행 2년째가 되는 날. 그동안 '집창촌'의 불은 꺼졌지만 신.변종 성매매는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특별법 시행 이후 서울 시내 집창촌 업소는 513개에서 274개로, 성매매 종사자도 1547명에서 662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안마시술소 등 신종 성매매 업소는 오히려 더 늘어났다. 우려했던 '풍선 효과'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기승부리는 안마시술소=본지가 입수한 '서울시 구별 안마시술소 현황'에 따르면 안마 업소는 특별법 이전 203개에서 2006년 현재 230개로 증가했다. 업계에선 무등록 업소를 포함하면 서울에만 500여 곳이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구별로는 강남(51곳).서초(25곳).동대문(18곳).영등포구(18곳) 순으로 많았다.

이는 기존 성매매 집결지에 대한 감시는 강화됐지만 안마 업소는 상대적으로 단속이 느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안마시술소에서 사용된 국내 5대 카드사의 신용카드 이용액은 4121억원으로 전년의 3355억원에 비해 22.8%나 늘었다.

최근엔 안마시술소에서 남성 고객 한 명에게 2~3명의 여성이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변태 영업까지 등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업소들이 손님을 끌기 위해 좀 더 자극적인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해진 성매매 경로=속칭 '대딸방'으로 불리는 유사 성행위 업소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특별법에 따라 성을 구매한 남성도 처벌받게 되면서 변태적인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종 방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업소는 '여대생 마사지' '남성 휴게텔' 등의 간판을 내걸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대딸방은 특별법 이전 서울 일부 지역에 10여 곳이 고작이었지만 현재 전국적으로 약 250곳으로 늘어났다.

서울 동대문구 일대에는 대낮에도 영업하는 변종 노래방도 등장했다. 이들 업소는 노래방처럼 운영되지만 점심 시간을 이용해 업소 내에서 성매매까지 이뤄지고 있어 '도시락빠'로 불린다.

인터넷이 무대인 '사이버 집창촌'도 활개를 치고 있다. 포털사이트의 '조건 만남'카페 등을 통해 1 대 1로 계약을 맺어 성매매가 이뤄진다. 사이버 성매매의 경우 업소를 통한 성매매보다 값이 싸고 현금으로 거래돼 흔적도 남지 않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주선 선임연구위원은 "신종 성매매에 대한 색출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강현.김호정 기자

◆ 풍선 효과=풍선의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불거져 나오는 것처럼 문제 하나를 해결하면 그 대신 또 다른 문제가 생겨 전체적인 상황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현상.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