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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깊이읽기] 떠오르는 에너지 강국 블루오션 에너지 강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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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카스피해 에너지 전쟁
이장규·이석호 지음, 올림, 344쪽, 1만5000원

경제엔 분위기라는 게 있다. 돈 냄새라고나 할까, 숫자만으론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는 법이다. 이는 거리로, 시장으로 쏘다니며 몸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야 교과서의 틀에서 벗어나 경제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이 책은 이장규 중앙일보시사미디어 대표와 이석호 이코노미스트 기자가 중앙 아시아를 휘저으며 작성한 생생한 경제기행이다. 두 저자는 시장 상인, 기업인, 공무원, 그리고 총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제주체들과 인터뷰를 했다. 이를 통해 현장에 가지 않으면 느끼기 어려운 중앙 아시아 경제의 현실을 실감나게 전해준다.

그렇다고 잡다한 정보를 풀어놓은 경제 일반론이 아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뉴 오일로드'로 떠오른 중앙 아시아를 에너지라는 주제로 엮어냈다. 에너지를 둘러싼 세계 자본의 각축, 이를 배경으로 두 자릿수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경제, 새 경제체제를 정비하려는 지도자들의 고민….

두 저자는 1차로 2005년 10월 두바이.아제르바이잔.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을 찾았다. 이어 그해 11월 이라크 북부와 쿠웨이트를, 그리고 2006년 2월엔 터키.그루지야.투르크메니스탄.키르기스스탄 등을 돌았다.

사실 '스탄(터키어로 땅이란 뜻)'자 돌림의 국가들은 여태껏 우리의 관심 밖이었다. 그러나 이 곳이 어떤 땅인가. 중동에 버금가는 석유와 천연가스를 가지고 새로운 산유국 강자로 등장했다. 오일 메이저들도 허리를 굽히고 들어갈 정도다. 특히 카스피해 인근의 석유매장량은 약 2700억 배럴로 추정된다. 중동의 3분의 1이다. 미처 탐사하지 못한 곳을 감안하면 그 양은 더 많다고 한다.

석유 팔아 벼락부자가 됐으니 나라 경제를 새로 일으킬 군자금은 충분히 쌓여 있다. "1000억 달러를 어떻게 쓸지 고민 중"이라는 아제르바이잔 경제개발부 장관의 한 마디에 이 지역의 묵직한 잠재력을 감잡을 수 있다.

그런데도 한국은 이 곳에 관심이 없는 편이다. 정부는 물론, 돈 냄새가 나는 곳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들어야 할 기업도 마찬가지다. "고생스럽게 그런 데는 왜 가요"라는 한국 기업 주재원의 시큰둥한 반응은 우리의 나태함을 잘 보여준다.

저자는 이를 헝그리 정신의 실종이라고 탄식한다. 이젠 배가 불러 그런 곳까지 안 가도 먹고 살 만하다는 걸까. 저성장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블루 오션'이 저만치 있는데도 헤엄쳐 가려는 열의가 뜨뜻미지근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기회의 땅, 기업이 흥분할 만한 곳을 "그냥 내버려둘 거냐"며 정부와 기업의 선택을 촉구하고 있다. 구체적인 전략으론 붐이 일고 있는 건설사업에 먼저 발을 들여놓은 다음 석유개발로 진출하는 '선 건설, 후 석유'방식을 제안한다.

마침 한명숙 총리가 27일까지 중앙아시아를 순방 중이다. 책이 조금 일찍 나와 총리 일행이 미리 읽고 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귀국 후에도 복습 삼아 펼쳐보길 권한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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