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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윤 "가위질 자제하겠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공연윤리위원회의 영화심의가 크게 완화된다.
공윤 심의는 3공·5공의 독재체제하에서 정권안보의 하부기구로 상당부분 기능했었다.
6공들어서도 공륜의 자세가 5공의 경직성을 못벗어나고 있다고 비판받아왔었다.
이어령문화부장관은 최근 공윤을 방문한 자리에서 『영화인들의 창작 의욕이 실추되지 않도록 예술성이 높은 작품은 사회적 논란이 있을 정도로 대담하게 허용해 줄것』을 부탁했다.
이장관의 말에 앞서 곽종원공윤위원장을 비롯한 심의위원들은 심의완화에 관한 모임을 갖고 근친상간등 최소한의 부분은 엄격히 심의기준을 적용하되 예술성이 인정되는 장면등은 과감히 허용토록 하자는데 의견을 함께 했다.
이자리에서 금창태위원은 사회극, 이데올로기·체제비판, 마약, 섹스등 예민하고 민감한 소재들이 예술적 차원에서 다뤄질 때엔 어느정도 급진적인 방향에서 허용될수 있다고 말하고, 공윤심의가 전반적으로 엄격하다는 인상보다 오히려 『심의를 좀더 세게 해줬으면 좋겠는데』하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완화해서 작품의 내용을 사회여론에 부쳐 자동여과시키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조문진위원은 정사장면을 예로 들어 『극적 완성도가 높을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풀어줘야 할것』이라고 말하고 한국영화의 포르노성 문제와 관련, 따로 포르노전용 상영관을 설치하는 것이 청소년 보호관리에도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공륜의 이같은 심의완화에 따라 최근 공산권의 전형적인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영화나 독재체제·군부문제등을 다룬 영화들이 심의통과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소련영화들로 『코미차르』『리틀베라』등과 군사쿠데타를 다룬 미·캐나다합작품 『파워플레이』를 들수 있다.
또 소군의 선상반란을 다룬 『전함 포템킨』도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이 연출한 무성영화 『전함 포템킨』은 소련 10월혁명 10주년을 기념해 만든 프롤레타리아계급에 대한 메타포로 독재 차르에 항거하는 민중들의 고난과 분노를 그린 영화다.
공윤은 이 영화를 독재체제 일반에 대한 비판작품으로 봐야지 과거의 단순한 냉전시각으로 봐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파워 플레이』는 한국의 최현대사를 지배했던 군부의 정치개입 문제를 연상시키는 군사 쿠데타를 정면으로 취급한 영화다.
쿠데타과정에서의 군부내 배반을 적나라하게 보여줘 제3세계에 충격을 던진 작품이다.
지난해 노동문제 영화 『구로아리랑』을 21곳이나 삭제, 물의를 빚었던 공윤이 올들어 전향적 자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 영화계는 크게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심의완화는 소재 제한을 푸는 목에 주안점을 둬야하며 섹스·폭력물에 대한 청소년 보호문제는 적절한 장치를 고수해야 된다는게 사회단체등에서 나오는 지배적 의견이다.
가령 이달들어 줄지어 개봉되는 람바다춤 영화의 경우 거의 성행위와 다름없는 춤이 계속되는 영화에 고교생 입장가 판정이 타당하냐는 지적이다.
한편 공윤은 4윌부터 심의회의에 감독·시나리오 작가를 업저버로 참석케해 심의에 대한 그들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이헌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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