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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공항터미널 구실못해|KAL-아시아나 "티격태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우여곡절끝에 서울삼성동 무역센터에 세워진 도심공항터미널(CAT)이 개장 2주째를 맞았으나 당초 예상했던 것처럼 KAL과 아시아나 두 항공사간의 자존심을 내세운 불편한 관계로 절름발이 운영을 하고있다.
개장이후 현재까지 이용객은 1천1백13명. 하루평균 80명 꼴로 외국인 이용객은 2∼3명에 불과하다.
이같은 파행운영은 김포공항 출발의 최대 노선망을 갖고있는 KAL이 도심공항터미널의 지분참여문제로 입주를 하지않고 있기 때문이다.
◇배경=자본금 2백17억원의 한국공항터미널은 무역협회가 부지현물출자로 50%, 금호그룹이 29.75%의 지분을 가지고 85년 출범했으나 KAL측이 뒤늦게 나머지 지분 20.25%를 요구, 여러차례 협상을통해 지분배정은 일단락지었으나 지분참여방법으로 이견을 보이고있다.
KAL측이 당초 무역협회와 금호그룹의 주당가격과 같은 조건으로 참여하겠다고 나선 반면 금호그룹측은 그동안의 땅값·물가상승을 감안한 자산재평가에 따른 지분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결국 KAL의 불참선언으로 공항터미널은 본래 취지와는 달리 도심터미널로서의 기능은 고사하고 두 항공사간의 감정대립으로 정상운영이되기까지에는 적지않은 진통이 따를 것이라는 지적이다.
◇속사정=도심공항터미널운영이 이같이 난산과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속사정은 무엇보다 두항공사의 자존심때문이라는 것이 주변의 지배적인 견해다.
88년12월 국내선 첫취항과 함께 20년아성의 KAL에 도전장을 낸 아시아나항공출범이후 잦은 신경전을 벌여온 양사가 지난해 하반기 국제선취항노선 배분문제와 김포국제선 신청사입주에 따른 「기득권싸움」으로 뜨거워진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현재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KAL의 텃세에 밀려 번번이 후발 항공사의 설움을 맛본 아시아나항공이 이번에는 입장이 바뀌어 기득권을 주장하며 KAL의 자존심을 건드린 셈.
아시아나측으로서는 KAL과의 경쟁에서 오랜만에 선점한 공항터미널운영에 KAL이 결국에는 참여쪽으로 기울것으로 보고 느긋한 입장이다.
KAL이 「지금당장 답답할 것은 없다」는 자세를 고수하고있지만 항공산업이 서비스산업인만큼 명분상으로나 수익차원에서 결국입주가 불가피하다고 보고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두 항공사의 불필요한 소모전성격의 경쟁에 정작 피해를 보며 냉가슴을 앓고있는 곳은 무역협회.
88년말 완공시켜놓고도 이런저런 이유로 개장을 미뤄왔으나 4백억원의 막대한 시설투자를 마냥 놀릴 수 없어 아시아나항공입주만으로 운영을 강행한것도 따지고보면 고육지책이었다.
한편 KAL측은 『지분보다는 애당초 참여의사가 없었다』며 『76년을 전후로 과거3년간 서울역부근에 이같은 도심공항터미널을 운영했었으나 세관업무등 출입국수속절차처리기능이 없어 실패한 경험이 있는데다 현 터미널위치가 많은 고객들이 이용하기에는 부적합하기때문』이라고 불참이유를 밝혔다. <김기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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