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부터 달라져야겠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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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순경으로부터 출발해 경찰의 모든 계급과 직책을 차례로 거치고 드디어 국내 치안과 행정 총수의 자리에 오른 안응모내무장관이 취임한 지도 벌써 한달이 넘었다. 경험이 전부이지도,만능일 수도 없으나 날뛰는 범죄에 경찰마저 지친 상태가 돼버린터라 경찰의 사정을 말단부터 위에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을 안장관에게 적어도 민생치안문제에 대해서만은 한가닥 기대를 걸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너무 성급하다고 할지 모르나 아직 안내무는 그런 국민의 기대에는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파출소 중심의 방범체제로 바꾸었다고 하는데도 등교길에 실종된 여학생의 신고를 파출소가 외면하는가 하면 안내무가 취임직후 기자회견에서 민생치안의 확보에는 시민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누누이 강조했는데도 일선에서는 시민이 잡은 강도피의자를 자신들이 잡은 것처럼 허위조서를 꾸며 스스로 표창을 받은 일이 잇따라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그런가하면 안장관의 코밑에 있는 치안본부의 외사담당 경찰관이 밀수보석거래를 묵인해주고 돈을 받아오다가 검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또 시민들에게 가장 큰 불안감을 주고 있는 조직폭력배는 변함없이 기승을 부려 호텔에 난입하여 상대편 조직을 난자하는가 하면 손목을 자르기도 하는 끔찍한 범행도 태연히 자행하고 있다.
강력범죄는 워낙 그 요인이 복합적이고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며 그 뿌리도 깊어 어느 누가 내무장관 자리에 앉건간에 하루 이틀안에 국민이 속 후련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는 문제라는 건 잘 알고 있다. 다만 우리가 묻고 싶은 것은 과연 느리나마 그 가닥은 잡혀나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전망이 보인다면 국민들도 참고 기다리며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사건들을 통해 볼때 좀처럼 그런 기대를 가질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내무부가 민생치안의 개선방향만은 잘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방범체제를 파출소 중심으로 바꾸고 강력부를 증설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본다. 또 치안문제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모든 경찰행정기관의 전반적인 업무에 대해 종합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것도 크게 기대해 볼만한 일이다.
그러나 못내 아쉬운 것은 그 조사결과가 나오기 이전이라도 무언가 경찰이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줄만한 분위기쇄신만은 이룩할 수 있을텐데도 도무지 그것을 감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조직범죄ㆍ강력범죄가 여전히 날뛰는 것도 결국 그에 한가지 원인이 있지 않겠는가.
안내무는 우선 경찰의 분위기부터 바꾸어야 한다. 분위기를 바꾸려면 경찰관들의 사기를 높여 주지 않으면 안된다. 비록 처우가 낮고 근무조건이 나쁘더라도 내일을 기대하면서 사명감을 되살린다면 사회분위기도 한결 달라질 것이다. 우리는 간부들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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