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민중문학 90년대 방향찾기 "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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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민족·민중문학이 새로운 방향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계간 『문예중앙』『창작과 비평』 『문학과 사회』『실천문학』봄호및 5월로 창간되는 월간 『한길문학』등이 기획특집이나 좌담형식으로 평론가·문예운동가들을 대량 동원, 80년대 민족·민중문학의 성과와 한계를 분석하고 90년대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사회 비판적 문인들을 중심으로 70년대부터 일기 시작한 민족문학은 80년대 정치체제에 정비례, 확산·심화돼 문단의 주요 세력으로 자리잡게 됐다. 80년대 지식인을 옥죄고 있던 이른바 「광주콤플렉스」와 관련, 지식인으로서 대사회적인 목소리를 가져야 한다는 민족문학의 당위성에는 그 누구도 왈가왈부할수 없었다.
민족문학 진영은 80년대중반에 오면서 차차 분화하기 시작, 기존의 지식인 위주 민족문학을 「소시민적 민족문학」이라 비판하면서 민중적 세계관 확보및 민중이 문학창작과 향수의 주체가 돼야한다는 「민중적 민족문학」이 출현했고, 다시 87년 6월항쟁 이후 노동운동과정에서 오로지 노동자만의 세계관을 주장하는 「노동해방문학」이 나오게 됐다.
민족문학은 이와같이 보다 진보적인 방향으로 분화돼가면서 민주화운동에 동참 혹은 앞장서오며 노동문학등 민중계층의 문학을 창출해냈으며 이것이 80년대 민족·민중문학이 이룩한 성과로 치부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이러한 성과를 십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한계도 지적하고 있다.
소장지식인그룹들이 주도한 공리공론적 비평이론의 우세, 일방적 투쟁론이 빚은 편견주의, 소집단식 정예들의 문단패권주의에 의한 분파화는 민족·민중문학을 오히려 민중과는 동떨어진 소수정예주의에 빠뜨렸다는게 80년대 민족·민중문학에 대한 일반적 반성이다.
이러한 반성적 시각은 80년대 민족·민중문학의 상징이라 할수 있는 노동자시인 박노해씨에 대한 평가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시집 『노동의 새벽』등 박씨의 초기시들은 노동자들의 가식없는 정서·감상·분노등을 표현, 높은 시적 성과를 획득했으나 최근들어 전위사상에만 편향돼 노동자 대중의 보편적 정서와 동떨어지는 바람에 예술적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 우세하다.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90년대 민족·민중문학은 논리적 유연성을 갖춰 배타적인 소수 전위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와함께 광범한 문학을한데 엮는 문예통일전선을 이룩하고 대중의 정서에 부합되도록 작품의 예술적 측면을 강조하는 문학대중화에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은씨(시인·민족문학작가회의회장)는 『80년대 사회과학의 비인간화에 기인, 문학운동뿐 아니라 다른 각 부문 운동 영역이 70년대적 동지애대신 조직주의로 나뉘어 세대적 위화감및 일반대중과의 괴리를 초래했다』며 『문학적 생산활동의 다원화를 꾀하기 위해 다른 분파를 과감히 수렴하는 덕성을 발휘해야 된다』고 말했다.
한편 문학평론가 임헌영씨는 『무등산과 금남로만 외치면 시가 되고 노동현장 소재라야 노동문학이 될수 있었던 시대는 지났다』고 지적하고 『90년대는 문학적 형상성에 초점을 맞춰 민중·비민중 미학의 변증법적 합일화로 나갈것』이라며 『90년대 민족·민중문학은 배제에서 포용, 이념에서 예술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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