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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야당 맞아?…측근비리·인적쇄신 추궁 흐지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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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마디로 배가 부른 모습이다. 원내 제1당답지도 않고 야당답지도 않다."(박종희 의원)

한나라당에 최병렬 대표 체제가 들어선 지 석달이 가까워지는 요즘 당내에선 "우리가 야당 맞아?"라는 의문이 고개를 들고 있다.

재신임 정국에서 당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인 데다, 국회 대정부질문에선 야당답지 못한 맥빠진 질문들이 남발되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주류.비주류의 갈등까지 노출되고 있어 분위기는 이래저래 좋지 않다. 그래서 "청와대 쇄신만 요구할 게 아니라 우리부터 인적 쇄신을 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던진 재신임 카드는 한나라당엔 분열과 갈등을 촉발하는 효과를 낳았다. 崔대표가 국민투표로 재신임을 묻자고 했다가 나중에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비리의혹부터 규명하자고 한 데 대해 서청원 전 대표 등 비주류는 "대응이 미숙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소장파도 마찬가지다. 남경필 의원은 21일 "지도부가 재신임 문제를 잘못 대처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대표는 한발 뺐는데 총무는 계속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하는 것도 잘못된 대응"이라고 했다.

청와대 인적쇄신과 관련해 당 지도부가 통합신당에 선수를 빼앗긴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朴의원은 "이광재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의 문제는 우리가 먼저 치고나왔어야 했다"며 "지도부의 감각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대통령 측근 비리의혹을 규명하겠다고 했지만 후속조치는 없다"면서 "국정감사 때 불출석한 증인들을 엄벌하겠다고 해놓고 흐지부지하고 말았는데 또 그러는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라크 파병 문제에 대해선 당의 여론 눈치보기가 지나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최고위원을 지낸 한 중진의원은 "지도부가 파병이 옳다고 생각하면서도 정부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당론을 모으겠다고 하는 것은 원내 제1당답지 못한 태도"라며 "이 문제야말로 우리 당이 주도권을 갖고 처리할 수 있는데 왜 그러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도부가 신속히 처리해야 할 문제에는 느리게 반응하고, 신중해야 할 대목에선 성급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일.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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