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회동,알맹이는 뭐였나(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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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7일의 청와대 4자회담으로 민자당의 내분은 표면상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지만 내분이 제기한 주요 문제점이 어떻게 처리될지에 관해서는 여전히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 것 같다. 가령 국민의 시선을 집중시킨 정보공작정치문제나 당풍토의 쇄신,개혁추진에 관한 당의 입장 등에 관해 앞으로 정부ㆍ여당이 무엇을 어떻게 고치고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에 대해서는 이번 4자모임을 보고도 거의 알기가 어렵다.
말하자면 이번 4자모임은 자기들 내부간에 설명하고 납득시키고 입장과 관계를 정리하는 데 주로 치중한 듯이 보인다.
우리는 민자당 수뇌들이 무려 6시간이나 둘러앉아 이견을 조정하고 오해를 해소함으로써 집권당의 단합을 되찾으려 한 노력은 중요한 일이라고 본다. 서로 의견과 이해관계가 같을 수 없는 이질적인 3계파가 대화없이 반목을 계속하는 것보다는 이처럼 시간이 얼마나 걸리더라도 대화를 나누고 의견을 조정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리고 문제의 성질상 그들간의 대화내용을 소상히 대외적으로 밝히기 곤란한 점도 이해는 된다.
그러나 이번 내분은 형식상 민자당 계파간의 알력이었지만 그 내용은 국가적ㆍ국민적 문제였다.
따라서 제기된 문제의 처리방향에 대해 국민이 궁금하게 여기고 결론을 알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민자당으로서는 성실하게 설명해줄 책임이 있는 것이다. 4자모임에서 문제를 제기한 김영삼씨는 정보공작정치나 당풍토문제등에 관해 납득했는지는 모르나 국민들은 아직 충분한 설명을 듣지도 못하고 납득도 못하고 있다.
정보공작정치가 있었는지 없었는지,있었다면 앞으로는 안하기로 했는지,비민주적인 당풍토는 어떻게 고쳐 나가기로 했는지,각종 개혁정책은 어느 선에서 추진키로 했는지…. 이런 여러 의문점이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런 점에서 민자당은 내부적으로 어떤 절차나 과정을 거치든 간에 국민이 궁금하게 여기는 이런 문제들에 관해 당의 입장을 정리해 빨리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고 본다. 공인에 의해 제기된 국정과 공당의 문제가 자기들끼리의 정치만으로 넘어갈 수는 없는 것이다.
회담내용에 관해 민자당측이 워낙 말을 아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알 길이 없으나 간략히 소개된 내용 가운데 『정권이 단일 정보창구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대목이 있었는데 대해 주목하고자 한다. 정권이 단선의 창구로만 세상사를 파악하고 판단한다면 국정운영이 지극히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실상을 정확히 알 수도 없으려니와 올바른 판단도 나오기 어렵다. 또 정보를 공급하는 단일창구의 권력과 영향력이 지나치게 비대해짐으로써 민주화도 당정조직의 활성화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우리는 이런 점이 집권세력의 수뇌들의 모임에서 논의됐다는 사실자체를 우선 다행스럽게 생각하면서 혹시라도 이런 위험스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 보궐선거 패배와 이번 내분을 계기로 이제는 알게 됐을 것이라고 보지만 그동안 6공정부가 민심동향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이런 당부를 하는 것이다.
이번 4자모임으로 민자당의 내분원인이 모두 제거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민자당은 오늘의 현실이 어느 때보다 난국임을 깊이 인식하여 단합으로 집권당의 소임을 다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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