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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변호사의 내 고장 희망찾기 ⑫ 주민참여제 도입한 청주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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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청주 도시기본계획 수립 당시 주민들이 도면을 살피며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희망제작소 제공]

4월 일본 도쿄의 미타카(三鷹)시를 방문했다가 매우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미타카시는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 도시계획을 만들었다. 시는 2001년 '미타카시 기본 구상'을 확정하기 위해 1999년 10월 '시민플랜21 회의'라는 시민 참여 조직을 구성했다. 시는 먼저 시민플랜21 회의와 '파트너십 협정'을 체결해 논의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회의에서 나온 시민들의 의견을 전폭 수용했다.

시민플랜21 회의는 2000년 12월 1년간의 검토를 거쳐 '미타카 시민플랜21'이란 제안서를 작성했다. 시는 이를 토대로 미타카시 기본 구상의 '최초안'을 작성해 다시 시민플랜21 회의에 넘겼다. 시민회의는 이 최초안에 대한 의견서를 다시 제출했고, 미타카시 의회는 2001년 9월 이를 확정했다. 철저하게 시민들의 합의를 토대로 도시계획이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나라엔 이런 사례가 없을까. 미타카시와 똑같지는 않지만 눈여겨볼 만한 지역이 있다. 바로 충북 청주시다. 청주시는 1999년 전국적으로 그린벨트가 해제된 뒤, 2000년 '2021 청주도시기본계획 및 재정비'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주민참여제도를 도입했다.

청주시는 도시기본계획의 입안 단계부터 시민단체와 일반 주민들을 참여시켰다. 또 마을마다 주민간담회와 설명회를 열고, 계획수립 결과에 대한 주민평가회도 열었다. 예전 같으면 주민들에게 보여주지도 않던 도면을 들고 다니면서 일일이 보여주고 이해를 구했다. 현장조사 때엔 사전에 마을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게 했고, 공람 때에도 거의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공개했다. 공람 기간 뒤 들어온 시민들의 민원과 의견도 대부분 받아들였다. 민원에 대해선 시장의 설명서를 보내고, 그래도 불만이 있으면 다시 민원을 제기하도록 안내했다. 공람한 전체 시민이 2281명에 달했고, 1400여 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시는 이 가운데 88.97%를 받아들여 해결했다.

그 결과 청주시의 녹지율이 65% 수준으로 대폭 확대됐다. 다른 도시의 평균 녹지율이 20% 안팎이란 점을 감안하면 시와 시민들이 놀라운 합의를 이뤄낸 것이다. 도시기본계획이 수립된 뒤 주민들이 스스로 평가회를 열었다. 또 돼지고기와 떡을 준비하고, 시장과 담당공무원, 건설교통부 직원까지 불러 축제 한마당을 벌였다. 다른 지역에선 시위가 벌어지고 난리가 났는데, 청주에선 마치 축제처럼 합의가 이뤄졌다. 시민들의 참여를 보장하고서도 공익이 가장 잘 확보된 것이다. 이 사례는 한 출판사가 발행한 중학교 사회교과서에 '민주와 시민참여'라는 단원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청주시는 그 뒤 '청주시 경관 형성 기본계획'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같은 실험을 했다. '주민제안박람회'를 열고, 거기서 나온 180여 건의 제안 중 상당수를 받아들여 '아름다운 청주 만들기'의 주요 아이디어로 활용했다.

'주민참여도시만들기지원센터'의 김동호 사무처장은 "주민들과 의견을 나누다 보면 아이디어가 샘솟는다"면서 "혼자 책상머리에 앉아 고민하는 것보다 주민들과 만나 대화를 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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