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파트 중병…죽음 임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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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레바논의 일간 알무스타크발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병세가 아주 심각해 머지않아 자연사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20일 보도했다.

서방의 언론들이 아라파트 수반이 위암에 걸렸다고 보도한 지 2주 만에 다시 그의 중병설이 제기된 것이다. 게다가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적 공세는 거세지고 있다. 아라파트의 유고(有故) 가능성은 팔레스타인의 향후 정세에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알무스타크발은 "아라파트 수반이 현재 긴급한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위궤양을 앓고 있지만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그의 치료를 허가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아라파트 수반의 주치의가 긴급 검진과 수술을 위해 그의 입원을 허용해 주도록 이스라엘에 요청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라파트 수반이 조기에 자연사하기를 바라고 있는 샤론 총리는 아라파트를 암살 또는 추방하는 대신 라말라 자치정부 청사에 계속 가둬두기로 결심했다고 신문은 주장했다.

알무스타크발은 또 샤론 총리가 최근 아라파트 수반을 제거할 계획이 없다며 당초 위협을 철회한 것은 "미국의 압력이나 아랍권의 중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아라파트 수반의 자연사가 임박했기 때문에 그를 순교자로 만들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샤론 총리는 지난주 아라파트 수반을 암살 또는 축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9월 11일 이스라엘 내각이 결정한 아라파트 제거 방침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국제사회 및 이스라엘 내부의 거센 비난에 이스라엘 강경파들은 제거 결정을 실행에 옮기지 못해 왔다.

미국의 거부권 사용으로 무산됐지만 아랍국가들 주도로 '아라파트 제거 비난' 결의안이 유엔 안보리에서 논의되기도 했다. 더욱이 '제거 결정'이후 팔레스타인 내 아라파트의 지지도가 급상승하자 이스라엘 일각에서는 아라파트의 제거가 그를 순교자로 만들어 대(對)이스라엘 투쟁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라말라에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공격으로 이스라엘 병사 세명이 숨진 다음날인 20일 샤론 총리는 의회 연설에서 "아라파트는 평화의 최대 장애물"이라며 그에 대한 비난을 재개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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