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테크도우미] 사망자가 죽기 2년 안에 쓴 돈 유족이 입증 못하면 상속세 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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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김씨가 유족에게 남긴 총재산은 15억원이었다. 유족은 배우자 공제를 감안했을 때 상속세 부담이 1억원이 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유족들은 15억원에서 일괄공제(5억원), 배우자공제(5억원), 장례비와 채무(1억원)를 뺀 4억원을 과세표준으로 정했다. 이를 토대로 한 상속세는 7000만원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많은 세금이 추징된 것일까.

상속세는 보통 사망 당시 평가 방법을 적용해 세금을 매긴다. 그러나 세법에는 사망 직전에 재산을 숨기는 등의 방법으로 상속세를 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전증여 재산에 대한 합산과세 규정을 두고 있다. 또 사망 2년 이내에 재산의 처분, 채무의 부담, 금융상품의 해지와 인출 등 자산을 현금화한 부분이 있다면 이 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상속인이 입증해야 한다. 입증하지 못하면 상속재산으로 추정한다. 김씨의 경우 사망 전 2년 동안 20억원이 예금통장에서 인출됐다. 이 중 13억원이 상속인 입장에서 어디로 사라져 버렸는지 알 수 없었다. 상속인들은 물려받지 못한 돈이라 당연히 상속재산에서 제외했지만 세무 당국은 이를 상속재산으로 추정해 세금을 매겼다. 또 자녀의 첫돌부터 납입했던 자녀 명의의 통장과 생활비를 아껴 모아둔 부인 명의의 통장도 구체적인 자금 출처가 없다는 이유로 김씨의 재산으로 봤다. 이렇게 해서 유족이 추가로 낸 세금은 가산세(1억8000만원)를 포함한 7억5000만원이었다.

상속세 조사는 금융자료 분석 등을 통해 사망한 사람의 일생을 세금 측면에서 정산하는 절차라고 볼 수 있다. 김씨처럼 갑작스러운 죽음은 이러한 조사에 대비가 없던 상속인에게 가족을 잃은 슬픔과 별도로 또 다른 아픔인 경제적인 손실을 준다. 모든 거래에 대해 기록을 남겨 두었다면 이 같은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권오조 우리은행 PB사업단 세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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