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버스터미널 옆 청란화원 바로 옆의 '어부의 집'. 이곳이 바로 나의 아지트입니다. 포장마차의 벽면에는 시집 등의 책들과 알 만한 시인.소설가.영화감독의 친필 사인이 함께 걸려 있지요. 어젯밤에는 초가을에 입산한 시인 박남준 형과 더불어 모처럼 취했습니다. 안주도 일품이지만, 주인 형님과 형수의 미담이 있어 더욱 술맛이 났지요.
서울에 살 때, 길에 쓰러진 태국인 노동자의 수술 보증을 섰다가 그만 쫄딱 망했답니다. 불법 체류자를 살려서 귀국까지 시켰지만 엄청난 수술비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지요. 졸지에 빚쟁이가 되어 섬진강 변에 텐트를 치고 살다가 포장마차를 차린 것이지요. 지난 5년간 그 빚을 갚느라 고생을 했으나, 언제나 꽃집 옆의 환한 불빛 어부의 집입니다.
이원규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