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에서 '핵 연료은행'을 설립하는 방안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 일간지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18일 "이번 주 열리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제50차 총회에서 핵 연료은행 설치 문제가 주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당초 이 방안은 지난해 IAEA 총회에서 미국이 제안했다. "핵무기 제조 수준으로 우라늄을 농축하지 않기로 선언하는 회원국들에 원자력발전소 연료용인 저농축 우라늄(LEU)을 기꺼이 공급해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최근 몇 년간 북한과 이란 핵문제가 국제적 핫이슈로 떠오르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자 미국이 나름대로 대안을 내놓은 것이다.
당시 미국 관리들은 "이 은행이 세워지면 핵 연료를 자체 생산할 수 없는 나라들도 얼마든지 자유롭게 핵 연료를 가져다 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무기 개발 계획'과 '핵 연료 공급 보장'을 맞바꿈으로써 세계 평화를 담보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그러자 러시아도 동참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러시아는 한발 더 나아가 "우리가 먼저 핵 연료은행을 만들어 IAEA의 감시 아래 저농축 우라늄을 생산한 뒤 모든 회원국에 골고루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미국이 전면에 나서면 선뜻 동참할 나라가 많지 않을 것이므로 러시아가 앞장서는 게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여기에는 '전 세계의 핵 주도권을 미국에 통째로 넘길 수는 없다'는 모스크바의 계산도 깔려 있다.
동상이몽이긴 하지만 양대 핵 강대국인 미국과 러시아가 적극성을 보이자 핵 연료은행 설치안은 자연스럽게 주요 의제로 부상했다.
박신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