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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중재안 거부 … 의장석 점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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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9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장 단상을 점거한 채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지명자의 임명동의안 직권상정을 막고 있다. 강정현 기자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 절차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인준안 처리의 분수령으로 여겼던 19일 본회의는 한나라당의 국회의장석 점거로 무산됐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1시 의원총회에서 "어떤 식으로든 인준안 처리를 막아야 한다"고 결론 지은 뒤 본회의장으로 몰려가 30여 명의 의원이 의장석을 둘러쌌다.

임채정 국회의장이 전 후보자 인준안을 직권상정할 가능성을 원천 봉쇄했다. 민주.민주노동.국민중심당 등 군소 야 3당은 중재안을 만들어 한나라당 설득에 나섰지만 한나라당은 "흔들림이 없다"며 타협을 거부했다.

◆ 박희태.김기춘.안상수 단상 점거=국회의장석 점거는 박 의원 등 법조계 출신 중진 의원들이 앞장섰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단상에 '헌법 파괴하지 말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결국 오후 9시를 넘겨 임 의장 측은 "오늘 회의는 없다"며 유회를 선언했고, 직후 한나라당 의원들은 즉석 의총을 열어 '전효숙 사퇴 촉구 결의안'을 채택한 뒤에야 점거를 풀었다. 노웅래 열린우리당 공보부대표는 "오늘은 한나라당이 제2의 탄핵을 기도한 날로 쿠데타 정당의 후예답게 의회 일당독재를 획책했다"며 "꼴통 전시회를 보는 것 같아 참담하다"면서 격한 비난을 쏟아냈다.

◆ 무위에 그친 막후 협상=이에 앞서 김효석 민주당 원내대표 등 군소 야 3당 원내대표는 ▶19일 인준안 처리를 강행하지 않고 ▶추후 여야 합의로 처리하되 ▶정당한 절차를 거쳐 법사위에 전 후보자 인사청문안이 회부되면 한나라당도 참여한다는 최종 중재안을 내놨다. 오후 한때 한나라당과 군소 야 3당의 회담에선 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긍정적 반응을 보이며 합의에 도달하는 듯했다. 이 자리에선 합의 발표문 초안도 마련됐고, "대화로 국회 파국을 해소했음을 언론에 보여주자"는 덕담도 오갔다고 한다.

그러나 김형오 원내대표가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통화한 직후 국회 내 회담장을 빠져나와 한나라당의 최고위원.중진 회의를 열며 상황은 급반전했다. 회의에선 이재오 최고위원이 탁자를 치며 "본회의장에서 농성하고 있는데 뭐 하는 짓인가. 무슨 찬반이 필요한가"며 중재안 수용을 거부하는 등 강경파들이 반발했다고 한다. 회의 직후 김형오 원내대표는 "헌법과 법률 절차를 위반한 전 후보자 인준은 받아들일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전 후보자를 (지명 철회한 뒤) 헌법재판관으로 재지명하더라도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각 당에 최종 통보했다.

◆ 인준 국회 언제 열릴까=한나라당에선 열린우리당이 국정감사 계획서 채택을 이유로 이달 중 본회의를 소집, 전 후보자 인준안 처리를 강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군소 야 3당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의결정족수인 149석을 채울 수 없어 인준안 처리는 불가능하다. '여야 합의'를 강조하는 야 3당은 표결 강행엔 소극적이다. 열린우리당이 야 3당의 중재안을 받아들여 법사위에 인사청문안을 회부해도 다음달 10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인준안을 처리할지는 미지수다. 한나라당의 반발로 법사위 파행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채병건.강주안 기자<mfemc@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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