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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러물|『홀로…』|침체방화 활로 "노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한국영화 상영관 안이 썰렁하다.
애써 만든 한국영화들의 흥행이 참담할만큼 저조하다.
제작때부터 관심을 모은 화제작이나 영화제 수상작 가릴 것 없이 관객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등 1∼2편만 빼고 올초부터 한국영화는 내리 참패의 길을 걷고 있다.
『코리안 커넥션』『나는 날마다 일어선다』『수탉』『오세암』『우묵배미의 사랑』등 「괜찮은」작품들이 잇따라 쓰러졌다.
최근 걸린 오랜만의 정소녀주연이라는 『언제나 그자리에』도 극장안이 텅 비어 있다.
영화관계자들은 3∼4월이 비수기라고는 하지만 예년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관객입장에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요즘의 극심한 흥행 불황이 장기간 계속되면 방화업계는 감당키 어려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평론가 김종원씨는 『뭉칫돈을 부어야 만들어지는 영화에 관객이 안들면 재투자는 커녕 제작의욕마저 잃는법』이라며 『연전부터 세계영화계에서 조금씩 평가되는 한국영화의 도약을 위해서라도 관객들의 애정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라고 말한다.
영화계는 이 불황의 와중에서 곧 개봉될 멜러물 『홀로서는 그날에』의 흥행결과에 큰관심을쏟고있다.
최근 참패한 작품들이 저마다 사회성을 가미한 영화들인데 비해 『홀로…·』는 거의 노골적인 최루멜러물이다.
멜러물은 전통적으로 흥행성이 강한데 이러한 멜러물마저 쓰러지면 방화는 당분간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지 않나 하는게 요즘 영화계 분위기다.
물론 「예술적 재미」가 충만한 작품들이 방화를 주도해야겠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저질에로·폭력물이 아니라면 어떤 한 영화, 즉 『홀로…』같은 영화라도 앞장서서 활로를 뚫어야한다는 것이다.
『홀로…』는 석내명감독이 『가을비 우산속에』이후 10년만에 만든 멜러영화다.
마치 60년대말 『미워도 다시 한번』을 연상시키는 애잔한 사랑 이야기다.
「운명의 장난」에 의해 금실좋던 부부가 헤어지고, 그후 그들은 각각 다른 배필을 만나고, 과거의 자식을 사이에 두고 낳은정 기른 정에 우는 이야기 구조가 전형적인 우리 멜러다.
그러나 60년대 식 상투적 신파조의 눈물짜내기를 배제한 깔끔한 연출솜씨가 시사회등을 통해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따라서 이 영화는 과거 청소년·20대등과 함께 독자적 관객층을 형성했던 30대이상, 특히 주부층의 발길을 극장으로 돌려놓을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70년대 후반부터 한국영화는 감각적인 청춘물이 득세하면서 30대 서민 주부등을 주축으로한 큰 관객군을 잃어왔다.
말하자면 관객층의 3분의 1을 스스로 유실시킨 셈인데 이들 옛 관객을 다시 불러들이는 숙제를 『홀로…』가 어느정도 해낼까 관심을 얻고 있는 것이다.
영화 관계자들은 TV주말극에 쏟는 그들의 열의를 반만 얻어내도 방화활기를 대번에 끌어낼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홀로…』에는 김정훈·송승환·하희라등 아역출신들이 성인으로 연기 대결을 펼쳐 화제를 모았다. <이헌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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