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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국프리즘

경제성이 있어야 호남고속철이 달리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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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며칠 전 금요일이었다. 중국에서 인천공항으로 들어왔다. 대전에 가는 KTX를 타기 위해 서울역에 갔는데 경부선 표가 모두 매진돼 있었다. 결국 대전 가는 것을 포기하고 광주행 호남선을 타기 위해 용산역으로 갔다.

금요일이라 이곳에도 표가 없지 않을까 했다. 더구나 경부선은 한 시간에 네 편이나 있지만 호남선은 한 시간에 한 대꼴이기 때문이다. 아예 자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특실 표를 샀다. 그런데 기차에 오르니 일반석 자리는 텅텅 비어 있고 특실도 겨우 세 명에 불과했다. 예상은 했지만 경부선과 호남선 차이가 이렇게 큰가 하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금 호남고속철 건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승객이 없는 오송역으로 분기점을 정한 점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역시 호남 주민에 대한 무관심이다. 경부선과 달리 호남선이 주민 편의나 경제성보다 행정편의주의로 건설되고 있기 때문이다.

호남고속철에서 오송역을 택한 것은 행정중심도시와 연결하고 향후 X자 형태로 북한까지 연결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지도만 펴놓고 한 계획이다. 기존 철도인 호남선이 목포에서 광주가 아닌 송정리, 전주가 아닌 익산으로 연결돼 도청 소재지를 제외한 우를 범했는데 이번 고속철 역시 같은 잘못을 범하고 있는 것이다. 경부선의 경우 부산에서 대구.대전을 통과하고 경부고속철도는 서울.천안.대전.대구.울산.부산을 잇는 것으로 결정됐다.

호남고속철도 역시 경부선처럼 정차역을 서울.천안.대전.익산.전주.광주.목포로 결정해야 했다. 그런데 천안. 오송.대전을 놓고 갈등만 조장하고 더구나 반대가 심한 오송역을 택했다. 현재도 승객이 없는 판인데 하물며 서울.오송.익산.송정리.목포로 이어질 경우 누가 탈까. 고속철도는 조금 돌아가더라도 승객이 많은 지역을 거쳐가도록 건설해야 마땅하다. 왜 대구에서 부산으로 바로 가지 않고 울산을 경유해 가겠는가.

현 계획대로라면 광주에서 대전으로 가는 승객들은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오직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 고속철이 광주~대전역으로 이어지고 환승할 수만 있다면 대구까지 가는 데 1시간30분이면 충분할 것이다. KTX도 지하철처럼 환승할 수 있게 해 호남에서 서울이 아닌 영남지역으로 곧바로 갈 수 있게 해야 한다. 그 환승역으로 오송역보다 대전역이 바람직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호남고속철의 출발지도 경부고속철과 같이 용산역이 아닌 서울역에서 출발해 호남인들의 자존심을 살릴 필요가 있다.

오송역만을 주장하면 호남고속철은 이용객이 없다는 이유로 표류하게 될 게 뻔하다. 그러면 매번 선거 때 헛 건설 공약만 등장하게 될 것이다. 호남권 국제공항도 외딴 오지에 만들어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개항도 못하는 한심한 실정이다. 호남의 중심지이며 인구가 많은 광주에 공항을 지어야 한다고 계속 주장했는데도 무시하다 생긴 결과다. 고속철이나 국제공항은 주민 편의와 경제수익성을 생각하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 없다.

강원구 광주시 관광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