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개미' 섣불리 따라했다가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최근 증시에서 상장 기업의 지분을 5% 이상 사들인 '슈퍼개미'들이 잇따라 나타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을 굴리는 이들의 지분 매입 소식이 전해지면 주가는 지분경쟁 기대감에 순식간에 가격제한폭까지 상승하곤 한다. 그러나 단기차익을 노리고 '치고 빠지는' 슈퍼개미들이 많은 데다, 주가도 '반짝'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

◆잇따르는 지분 매입=19일 금융감독원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투자자 박모(45)씨는 두살짜리 아들과 함께 4월부터 이달까지 대동공업 주식을 사들여 회사 지분을 7.08%까지 늘렸다. 박씨가 그간 투자한 금액은 36억8000만원 정도. 18일 종가를 반영한 박씨의 투자 수익은 5억원이 넘는다. 대구에 사는 여성 투자자 최모(50)씨도 이달 태원물산 주식을 추가 매수해 8.02%의 지분을 확보한 3대 주주로 올라섰고, 전주에서 웬만한 투자신탁 회사 규모인 수백억원대의 자산을 굴려 이른바 '전주투신'이라 불리는 투자자 박모(41)씨도 최근 대한방직 지분율을 12.91%까지 불렸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공시 부담 때문에 5% 미만의 지분만 사들여 노출되길 꺼렸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적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전략적으로 주가를 띄우려는 개인투자자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마이너스 수익률도 적지 않아=그러나 '슈퍼개미 등장=주가 상승'이라는 등식은 깨진지 오래다. 슈퍼개미들 가운데에는 '대박'은 커녕 '쪽박'을 차고 쓸쓸히 떠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투자자 정모(52)씨는 지난달 18일부터 24일까지 네차례에 걸쳐 마스타테크론에 72억원을 쏟아부었다. 마스타테크론은 지난해 바이오디젤 사업 진출을 재료로 주가가 9배 가까이 급등한 '화제주'였다. 그러나 정씨가 지분을 매입한 이후 주가는 계속 하락해 결국 정씨는 열흘만에 투자금액의 3분의 1가량인 24억원을 날리고 주식 전량을 처분했다.

7월 26억원을 투자해 동양철관 주식 5.5%를 취득한 손모(41)씨도 5억원 가량의 손실을 보고 있으며, 원일특강.성우테크론에 투자한 남모(50)씨도 4억원 정도의 손실을 냈다. '전주투신' 박씨도 올해 초부터 매입하기 시작한 대한방직의 주가가 현재 매입가격 수준으로 내려와 별 이익을 남기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슈퍼개미들이 주가가 오르면 되팔고 떠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이 뒤늦게 뛰어들었다간 낭패를 보기 쉽상이라고 경고한다. 굿모닝신한증권 박동명 연구원은 "요즘에는 슈퍼개미가 5% 이상 취득했다고 밝히기 전에는 주가가 오르다가도 막상 공시를 한 이후에는 주가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슈퍼개미가 지분을 매입했다는 이유만으로 추격매수에 나섰다간 큰 손해롤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