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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맥도널드 대신 청과업체와 손잡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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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월트 디즈니가 청과업계와 손을 잡았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청과유통업체인 이메지네이션 펌즈(본사 인디애나주)가 월트디즈니사의 라이선스를 취득해 미국 내 15개 지역의 생산업체로부터 수확한 야채와 과일을 '디즈니 가든'이라는 이름으로 최근 시장에 출시했다.

현재 매장에 진열된 제품은 인기 캐릭터 '데이지덕'과 '구피' 스티커가 붙은 복숭아.자두, 미키마우스 상자에 든 포도 등 30개 품목. 이달 말에는 미키 마우스 유기농 청포도, 곰돌이 푸 사과 등이 발매되며, 내년 1월까지 100개 품목, 내년 말까지는 200개 품목으로 늘어나게 된다.

경쟁사인 워너 브러더스도 청과 유통업체인 레디 팩 프로듀스와 계약을 하고 트위티 표 포도, 스펀지밥 표 시금치 등을 내놓고 있다.

이메지네이션 펌즈의 매튜 케이토 대표는 "인기 캐릭터를 앞세워 아이들에게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이겠다는 전략이 맞아떨어져, 발매 직후부터 판매 수익은 급신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1970 ~ 80년대에도 '뽀빠이 시금치' '벅스버니 당근'처럼 애니메이션 캐릭터업체와 청과업체가 손잡고 캐릭터 청과 상품을 출시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청과업체들이 턱없이 높은 라이선스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그 제휴는 오래 가지 못했다. 이후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은 패스트푸드나 청량음료.과자 포장지에 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맥도널드는 지난 10년간 매년 1억 달러(약 930억원)의 로열티를 지급하고 디즈니의 영화.비디오.TV쇼를 통해 판촉활동을 벌였다.

월트 디즈니를 비롯한 캐릭터 업체들이 패스트푸드와 결별한 이유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어린이 비만 때문이다. 20년 전 7%였던 미국의 과체중 어린이는 2004년 18.8%로 늘어났다. "어린이들을 불건전한 식생활로 길들이고 있다"는 시민단체들의 압력을 받아온 디즈니사가 눈을 돌린 곳이 청과업계였다.

AP통신은 이번 제휴에 대해 "월트디즈니사는 건강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청과업계는 고객층을 넓힐 수 있는 윈-윈(Win-Win)작전"이라고 분석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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