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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식 복지 모델' 한국에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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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복지천국'으로 불린 스웨덴식 전통 복지모델이 마침표를 찍으면서 노무현 정부의 경제 정책도 도마에 올랐다. 대통령은 물론 경제 수장인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목소리를 높였던 '스웨덴 배우기'의 설득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스웨덴 모델의 두 기둥은 '높은 성장률과 높은 조세부담률'이다. 한마디로 경제 몸집을 키우되 세금을 많이 거둬 국민에게 고루 복지 혜택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달성하는 모델로 높은 점수를 받아 왔다는 점에서 현 정부가 내세우는 '동반 성장' 전략과 흡사하다.

스웨덴은 19세기 초까지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으나 1932년 집권한 사회민주당이 재정지출 확대 등을 통해 복지국가로의 탈바꿈을 시도했다. 특히 사민당 정부는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임금을 억제하는 대신 고용을 늘림으로써 세원(稅源)을 확대해 나갔고 충분한 복지 재원을 마련할 수 있었다. 90년대 초 부동산 거품이 붕괴하면서 금융위기를 겪자 종전의 복지정책을 수술해 연금개혁 등에 나섰으나 큰 틀은 변하지 않았다.

종주국도 손질하기로 한 경제 모델은 그러나 노무현 정부의 정책 구석구석에 묻어 있다. 경제를 성장시키고 일자리를 늘리되 세금과 분배정책에 무게를 실어 복지 혜택을 늘리는 내용이 주다. 정책 숫자를 헤아리기가 어려울 만큼 많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달 말 내놓은 '비전 2030'이다. 현 정부가 분배정책을 집대성해 내놓은 정책으로 2030년까지 전 국민이 집 걱정, 병원비 걱정, 먹거리 걱정 없는 꿈 같은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1100조원을 투입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계획이 없어 현실성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재정경제부가 이달 말께 내놓을 일자리 창출 종합 대책도 비슷한 맥락이다. 고용을 늘려 경제를 키우고 분배 재원도 마련하겠다는 것이지만 고용을 대폭 늘릴 뾰족한 수단이 없다는 게 고민이다.

권오규 부총리는 연금 개혁에서도 스웨덴 모델을 언급했다. 개인이 기금에 기여한 정도와 운용 실적에 따라 급여를 주는 '확정기여형'을 강조하며 "스웨덴 모델은 동유럽과 남미에서 다 따라갔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두 달 전 정부가 "90만 개의 사회 서비스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마찬가지다. 국민 세금으로 보육.간병 등의 일자리를 만들어 저소득층에 지원하면 고용과 복지 문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역대 정부도 스웨덴 모델을 접목시킨 사례가 적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 시절 외환위기로 중산층이 붕괴하고 대량 실업이 발생하자 99년 '생산적 복지' 개념을 제시한 것이 한 예다. 단순한 빈곤층 지원에서 벗어나 고용 창출을 통해 경제효율을 유지하면서 복지를 강화한다는 내용이었다.

한양대 나성린 교수는 "인구가 900만 명이고 자원이 풍부한 스웨덴과 한국은 출발점부터 다르다"며 "먼저 선진국 수준으로 경제를 키운 뒤 분배에 나서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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