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분쟁 왜 많나 했더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얼마전 자궁내막용종 수술을 받은 A씨는 보험금을 청구했다 거절당했다. 보험사는 수술 당시 입원을 하지 않아 약관상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했다.

B씨 역시 비슷한 일을 당했다. 부인과질환을 보장한다는 말만 믿고 건강보험에 가입했지만 정작 자신이 수술을 받은 자궁근종은 보장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보험사의 설명이었다.

"보험 가입할 때 안내자료에는 부인과 질환을 다 보장하는 것처럼 해놓더니…"라고 따져보았지만 허사였다.

최근 금융감독원 민원실과 한국소비자보호원에는 이같은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2003년부터 올 3월까지 질병관련 피해구제 신청 121건 가운데 49건(40.5%)이 질병보장 범위와 관련된 것이었다.

금감원에 접수된 보험관련 분쟁조정 건수도 급증하는 추세다. 분쟁조정 신청은 2002년 8341건에서 지난해 1만4439건으로 늘어났다. 올들어서도 8월말 현재 1만건을 넘어서 연말까지 1만5000건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상품 분쟁이 늘어나는 데는 보험상품이 대부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뀐 이후 당국의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고가 분기별로 이뤄져 금감원이 신상품의 문제점을 발견하더라도 이미 판매된 이후인 경우가 허다하다.

심사인력 부족 등 보험심사제도의 허점도 분쟁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사들이 신고.제출한 상품은 2002년 1668건에서 2004년 2486건으로 증가했다. 특히 지난 해에는 4577건으로 1년새 2배 가까이 급증했다.

반면 금감원이 이들 상품 가운데 약관이나 사업방법서,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산출방법서 등에 문제가 있어 시정을 요구한 비율(조치율)은 2003년 16%에서 지난해 1.5%까지 급락했다.

그러나 금감원의 보험상품 심사인력은 생명보험 5명, 손해보험 3명으로 총 8명이다. 지난해만 보면 1인당 572건을 심사한 셈이다.

보험사들은 보험상품의 요율심사를 독립계리사나 보험개발원이 담당하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반대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규제기관이 늘어난다는 이유를 대고 있지만 금감원 심사가 그만큼 손쉽다는 점을 방증한다. 미국이나 일본은 소비자보호를 위해 보험상품에 관한 한 사전승인(인가)제도를 고수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