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짱 홍진주 '그린의 진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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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홍진주가 마지막 18번 홀 오르막 경사에서 두번째 샷을 한 뒤 공의 방향을 쳐다보고 있다. [광주=뉴시스]

베스트 드레서라서 그런지 빨간색 우승 재킷이 썩 어울렸다. 첫 우승 감격에 붉게 충혈된 커다란 눈망울과 어울리는 듯도 했다. 홍진주(23.이동수골프)가 17일 경기도 광주 뉴서울 골프장에서 끝난 KLPGA 투어 SK 엔크린 솔룩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했다. 최종 라운드에서 3언더파를 치는 등 합계 14언더파 202타. 김미현(KTF).박지은(나이키골프).이지영(하이마트) 등 미국에서 뛰는 선수가 6명이나 나온 큰 대회에서 홍진주는 한번도 선두를 빼앗기지 않고 7타 차로 대승했다.

1m74㎝의 키에 모델 같은 외모를 지닌 홍진주는 KLPGA 투어에서 소문난 얼짱 골퍼다. 지난해엔 KLPGA 베스트 드레서로 뽑히기도 했다. 시상식장에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나타났다가 한 관중으로부터 "시상하러 나온 영화배우 같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당시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고 미국 LPGA 투어에서 최고 미녀로 꼽히는 나탈리 걸비스에 빗대 '한국의 걸비스'라는 말도 들었다.

"예쁘다는 말이 기분 나쁘지는 않았지만 베스트 드레서에 만족한다면 선수가 아니죠."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으로 2003년 프로에 데뷔한 프로 4년차지만 그동안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얼굴만 예쁜 선수라는 말이 듣기 싫어 홍진주는 동계훈련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시즌 초반 성적이 나빠 이제 골프를 그만해야 하나 갈등했었다"는 홍진주는 지난 여름부터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일본 퀄리파잉스쿨 예선을 1위로 통과했고 레이크힐스 클래식에서 5위에 올랐다. 결국 홍진주는 아직 우승이 없는 나탈리 걸비스보다 먼저 우승을 차지했다. 걸비스와 차이는 한 가지 더 있다. 걸비스는 미니스커트를 즐겨 입는데 비해 홍진주는 치마를 잘 안 입는다. "다리가 탈까봐 그렇다"고 홍진주는 말했다.

올해 번 상금이 1920만원에 불과했던 홍진주는 우승으로 상금 1억원을 받아 상금순위 3위로 올라섰다. 홍진주는 "한동안 시들했던 골프에 대한 사랑을 다시 느낄 수 있게 돼서 좋다. 상금은 모두 어머니에게 드리겠다"고 말했다. 홍진주는 외동딸이다. 2001년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는 일본에서 사업을 한다.

한편 신지애(하이마트).공은정(하이마트).임은아(휠라코리아)가 합계 7언더파로 공동 2위에 올랐다. 김미현과 박지은이 4언더파 공동 11위다.

광주=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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