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경제난국 타개,국민적 과제(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노사분규의 진정,원화절하 추세등으로 호전의 기대를 안겨주던 우리 경제의 모습이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불길한 조짐을 드러내고 있다.
1ㆍ4분기를 넘기면서 발표된 주요경제지표들은 소비자 물가가 3개월간 3.2%나 올랐고 통관기준 무역수지적자가 18억7천6백만달러에 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소비자 물가가 3월 한달동안 1.3%나 뛰었다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올해 물가상승률을 5∼7%선에서 억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과 같은 속도로 물가가 뛴다면 두자리숫자의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수지도 수출부진으로 무역수지가 계속 적자를 보이고 있는데다 해외로의 송금증가,해외여행수지의 적자반전등으로 정부가 당초 기대했던 20억달러 수준의 경상 흑자가 과연 가능할 것인지 의심스럽다. 국제수지 악화로 지난 4년간 계속 감소추세를 보여온 대외 순채무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것은 우리 경제가 뒷걸음질치고 있음을 반증하는 상징적인 일로 여겨진다.
문제는 수출부진과 경기침체에 물가상승이 중첩됨으로써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연출하고 있는 우리경제의 흐름이 쉽사리 개선되기 어려운 구도를 갖추고 있다는데 있다.
잘 알다시피 물가가 오르는 것은 인건비 상승과 부동산값ㆍ임차료상승등 원가상승 요인에다 방만한 통화관리로 수요쪽의 요인이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건비나 임차료의 원가비중이 높은 서비스나 공공요금의 인상이 물가상승을 주도하고 있고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것은 이같은 물가구조의 단면을 드러내는 것이다.
결국 물가상승이나 수출부진이 모두 임금상승이라는 기본요인을 바닥에 깐 위에 경쟁력 약화와 엔화의 급격한 절하등 대외여건의 악화와 정책적 시행착오가 가중됨으로써 우리경제를 헤어나기 어려운 궁지로 몰아 넣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우리가 앞으로의 우리 경제에 낙관을 유보하는 것은 이같은 기본구도로 볼때 정부의 정책이 개입할 여지가 극히 제한돼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은 이를 치유하기 위한 정책수단이 상충되고 있다는 점이 정부의 선택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일부에서는 물가안정이 급선무인만큼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하고라도 물가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물가상승의 구조로 보아 거기에는 한계가 있을뿐 아니라 수출기반의 붕괴도 결코 방치할 수 없다는 점에서 양자택일식의 이같은 주장에는 동조하기 어렵다.
그보다는 오히려 개별 정책 하나하나의 효과와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수출부진과 물가상승의 요인을 단계적으로 제거해 나가는 현실적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새 경제팀이 경제난국 극복을 위한 종합대책을 곧 발표할 예정이지만 여기서도 전시효과 위주의 거창한 계획보다는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한 대책들로 국민의 신뢰를 사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본다.
동시에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상황은 정부뿐아니라 기업ㆍ가계등 모든 경제주체의 비상한 결의와 각오ㆍ인내 없이는 극복이 어렵다는 사실을 모든 국민이 인식,난국타개에 힘을 모야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