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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논술강화 2008입시안 '본고사 부활' 반발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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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서울대가 논술 비중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 2008학년도 정시모집 입시안을 발표한 뒤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일부 교육단체는 조직적으로 '본고사 부활'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입시안 발표를 앞두고 있는 주요 대학들은 논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대는 15일 2008학년도 정시모집 비교과영역 평가에서 토익이나 토플 같은 공인 어학능력시험을 반영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김영정 입학관리본부장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학생부 비교과영역을 반영하겠다는 의도와 달리 불안심리가 확산하고 있다"고 철회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대의 2008학년도 입시안에 대한 논란은 좀처럼 쉽게 매듭지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 "교육부와 협의 중"=서울대 정시모집 입시안은 학생부와 대학별 고사를 50%씩 반영하는 것이다. 쟁점은 학생부의 실질반영 비율이 낮아 논술(30%)과 심층면접(20%)이 사실상 당락을 좌우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서울대는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김영정 본부장은 "최근 입시에서 논술의 영향력은 학생부의 반밖에 안 됐다"며 "교육부에도 이런 내용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통합 교과형 논술은 교과서를 중심으로 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논술이 강화되는 건 맞지만 본고사 수준이란 건 턱없는 오해"라고 했다.

그러나 김신일 교육부총리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서울대 입시안이 고교의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해치고 그 방향을 잘못 끌고 갈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어 교육부가 서울대와 계속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논술 비중 커질 수밖에 없다"=고려대.연세대 등 주요 대학입학처장들은 이날 모임을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A대학 입학처장은 "논술 비중이 실제보다 과장되게 알려진 데 따른 대책을 얘기했다"고 전했다.

그는 "대입의 50~80%를 차지했던 전형 요소인 수능이 사실상 없어진다"며 "논술과 면접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학생부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라는 건 (내신에서 유리한) 평준화 지역 학생들만 뽑으라는 얘기"라며 "그건 타당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B대학 입학처장은 "학생을 논술만으로 선발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오해"라며 "2008년 입시안과 같은 방식으로 올 수시를 치르더라도 논술에 따라 당락이 바뀌는 학생은 30% 수준"이라고 전했다.

◆ "2008학년도 입시는 사실상의 본고사 부활"=전교조는 "논술과 면접의 강화는 사실상 대학별 본고사의 전면 부활"이라고 주장했다. 학벌 없는 사회,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등도 "서울대는 서열 기득권을 유지할 탐욕에 학생과 학부모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다"며 "사교육 인프라가 없는 지방 아이들은 거대한 절망의 벽 앞에 서게 됐다"고 비난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도 국회에서 서울대 입시안에 대해 집중 비판했다.

그러나 학원가는 '통합형 논술 특강'을 개설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유웨이중앙교육의 강사 김모(35)씨는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는 벌써 통합 논술이 아니면 생존할 수 없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전했다.

고정애.이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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